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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루 Oct 16. 2019

책_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저. 이동호 역. 큐버트

 사랑하는 사람의 방은 늘 차분하고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거기엔 몇 개의 글귀만 붙어있을 뿐인데, 모두 '어린 왕자'의 것이었다. 그녀의 책꽂이에도 이 책이 있었지만 나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이것을 읽어볼 시도를 해본 적이 없었다. 왠지 별 깊이 없이 감수성을 자극하는 책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무런 근거 없이 괜찮다고 말하는 책들이 많다. 그들은 무책임한 행동으로 과분한 돈을 번다. '어린 왕자'가 그들 중의 으뜸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마음이 아주 메말라버려 무엇 하나 손에 잡히지 않을 때가 돼서야 나는 이 책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어린 왕자의 질문들을 받기 시작했다. 나는 그에게 관심이 전혀 없던 어른들 중 하나였다. 그런 나에게 어린 왕자는 어린 시절의 꿈을 영혼을 열어 보이는 사랑을 떠올리게 했다. 어린 왕자가 사랑하는 장미를 떠나 여행하며 찾았던 것이 내가 찾았던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깊지도 크지도 심각하지도 않았다. 부서지기 아주 쉬운 것이었다.


 뱀으로 시작해서 뱀으로 끝나는 이 이야기가 참 마음에 들었다. 뱀은 무서우면서도 슬기로워서 곧잘 다가와 현답을 주기도 하고 괴롭히기도 한다. 생각해보니 나에게도 보아뱀과 노란 뱀이 있었다. 여우도 있었고 세 개의 화산도 있었고(그중 하나는 불이 꺼져있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온 우주에 하나뿐이 장미꽃이 있었다.

 그녀는 나를 길들였고 나도 그녀를 길들였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가 됐다. 그래서 저 무수한 꽃밭에서도 그녀만이 특별했고 저 무수한 별들 속에서 나의 빛이 가장 영롱하게 보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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