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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루 Sep 03. 2022

/ 생일선물


거센 비는 그칠 줄 몰랐다.

우산을 썼지만 바지까지 다 젖었다.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지름길은 골목을 돌아 장례식장 뒷길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 길 위에 흠씬 짓밟힌 국화 한 송이를 만났다.

가만 보니 조화였다.


꽃의 의미에 더욱 어울리네. 생각했다.

생일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절묘한 꽃이다. 생각했다.

내게 생명을 준 이가 준비하신 생일선물이구나. 느꼈다.

머지않아 죽음도 선물해 주실 분이라. 그리웠다.

겪어 본 적 없는 죽음이 그리울 수 있었던 것은

내가 그곳에서 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끄덕였다.


빗소리가 들린다. 아직은 살아있구나.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옆으로 비켜섰다.

다시 한번 밟히는 국화를 바라봤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삶을 소망해 보자.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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