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걸음을 돌이키게 한 장면이었다.
어두운 복도 끝에 환한 햇빛이 앉아 있었다.
안내자의 내민 손처럼 활짝 열린 한쪽 문은
예의 바르고 품위 있는 제스처로 내게 오라는 듯했다.
하지만 나는 복도의 반대 끝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복도가 어두운 탓은 아니었고, 복도가 긴 탓도 아니었다.
저 앞에 분명한 빛과 열린 문이 있었지만,
문틈에 반쯤 가려진 수줍은 화분을 바라보며 서 있기만 했다.
신비로움은 그 단어부터 소중하고 아름답다.
직접 확인하고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나 같은 사람은
신비로움에겐 무뢰배나 진배없었다.
다 알지 못해도 너는 여전히 소중하고 아름답다.
오래 울고 나서야 이것을 배울 수 있었다.
너의 신비로움도 사랑할 수 있었다.
여기 서서, 우두커니 바라다보는 것.
이렇게 너의 신비로움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