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시간을 이동해 선착장에 도착하고서야
내가 탈 수 있는 배가 없다는 걸 알았다.
미리 검색만 했더라면 피할 수 있었던 상황.
‘저 섬에 가야겠다.’
이 생각밖에 없었던 것이다.
선착장 내에서 파는 김밥과 라면을 먹었다.
이것이 내 오늘의 첫 끼였다.
‘잘 챙겨 먹으라고 했는데.’
내 식사에 관심을 가져 준 마음을 생각했다.
산책을 했다.
그늘이 없는 길에 볕은 따가웠고
나는 선크림을 깜빡했다.
충전을 깜빡한 핸드폰도 꺼졌다.
아무래도 좋았다.
난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철저히 조사하고 계획해야 했는데,
이제는 변수에 긴장하지 않는다.
이 마을처럼 평온하다.
수십 분을 걸어 저수지에 이르렀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아 나는 자유하구나.”
바람을 느끼며 나도 몰랐던 감탄이 새어 나왔다.
그렇네, 난 지금 자유하다.
저수지에서는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자유였구나,
가벼움 마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홀가분한 이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