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본 세상은 온통 먹색이었다.
하늘도 강도 땅도.
색을 잃어버린 세상은 신비로웠다.
당신은 나에게
깊은 바다의 파란색 같다고 했다.
내 눈동자는 짙은 갈색이라고 했다.
아주 짙어서 검정색 같아 보이지만
분명 갈색인, 그런 색.
나에게 당신은
어떤 색이었을까? 기억나질 않았다.
아차, 너의 색은 무엇이었나?
기억해내려 질끈 눈을 감았다.
그러나 나의 이름을 부르는
너의 목소리만 들려왔다.
나에게 당신은 소리로 남아있었다.
당신에게 나는 색이었고,
나에게 당신은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