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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루 Oct 07. 2022

/ 한 송이

이른 아침 시장에 나가

한 아름 꽃을 안고 돌아온 당신은

정성껏 예쁜 다발들을 만들었다.


당신이 사랑하는 이들을 찾아가

그 꽃다발들을 건네며

당신의 행복도 만개했다.


당신은 내게도 꽃을 건넸다.

다발이 되지 못하고 줄기에서 떨어진

한 송이었다.


그 한 송이가 바싹 말라 으스러지도록

아주 소중히 간직했다.

당신이 나에게 준 첫 꽃이었다. 첫사랑이었다.


수로보니게 여인은

은혜의 부스러기를 구했다.

그 한 송이로 충분했다.

그러나 당신은 한 다발을, 한 아름을,

아니,

당신 자신을 주었다.


그렇구나,

나는 꽃을 만들어 전달하는 당신을 선물 받았구나.

언젠가 꽃다발을 들고 내게로 올 당신은

존귀하고 아름다운 한 송이로다.

그 한 송이가 마르고 쇠하도록

아주 소중히 간직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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