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한 노숙인을 보았다.
불편하신 몸으로 통로에 엎드려 누은 채
성경을 읽고 계셨다.
저분의 신앙은 무엇일까
인파 쪽을 향해 손글씨로 적힌 피켓과 작은 바구니가 있었다.
그러나 그쪽엔 관심도 없다는 듯
성경에 빠져들어 계셨다.
저분의 신앙은 무엇일까
동정이라도 사 보려는 그 어떤 시도도 없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을 보는 아이처럼
성경을 어루만지며 보고 계셨다.
저 신앙은 무엇일까
피켓에는 국가유공자 자녀라고 쓰여 있는 듯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참 억울한 일 아닌가?
그러나 나는 성경을 보는 그녀의 얼굴에서
선명한 미소를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자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