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작가의 강연에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인생은 지속적인 불행과 간헐적 행복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해요." 저로서는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삶에 관한 접근법이었고 동시에 진실한 내용이 담긴 말이라고도 생각했기에, 무척 공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가끔씩 이 주제를 떠올릴 때마다 제 나름대로 조금씩 궁리한 생각들이 쌓이다 보니, 약간 다른 방향으로 관점이 흘러갔습니다.
우리가 행복에 관해 말하거나 생각할 때를 떠올려 보면, 흔히 불행과 반대되는 자극적인 기분 좋음을 행복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자주 언급되는 도파민 분비의 결과를 행복의 감정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 또한 행복의 한 정의로서 유효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사람이 도파민 자극에 쉽게 중독되고 금세 금단 증상을 느끼는 것과, 행복의 감정에 너무나 쉽게 중독되고 갈구하는 모습이 맥락적으로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이는 것도 납득이 갑니다.
다시 '지속적인 불행과 간헐적 행복'이라는 아이디어로 돌아와 보면,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도 있어 보입니다.
행복이란 '적극적으로 행복한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극적으로 불행을 피한 상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좋은 학교에 입학하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배우자를 얻고, 자식을 낳고, 큰돈을 버는 등 인생에서 성공하는 등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을 '적극적인' 행복의 순간들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이런 류의 '목표 지향적인 행복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큰 결함이 있습니다. 과학자들의 실험 결과, 특정 목표를 이루는 순간에는 짜릿한 기분(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짧은 시간 안에 우리 뇌가 그 상태에 익숙해져서 행복도는 급격히 감소하고 원래대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요즘에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달리, 제가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행복은 '불행을 잘 받아들이고 해소'하는 데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만약 이 생각이 맞다면, 긴 인생 중 간헐적으로 나타날 뿐인 자극적인 행복을 추구하기보다는, 긴 시간을 점유하는 불행을 잘 다룰 수 있어야 실질적으로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사는 것은 마치 수도승과 같은 삶과 비슷하게 되기 쉬워 난이도도 높고 재미도 덜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여기서부터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때때로 자극적이고 신나지만, 인생 상당 기간을 불행하게 살 것인가? 아니면 좀 심심하지만 인생 대부분의 시간 동안 크게 불행하지 않게 살 것인가?
저는 최근에는 후자를 추구하며 살려고 하는 편인데, 적극적인 행복(소확행에 해당하는)의 비중을 조금씩 늘려 보려는 노력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부디, 남은 삶은 덜 불행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