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칠기삼'은 '세상의 모든 일에 있어서 운이 7할, 기세(능력)가 3할'이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어떤 일을 할 때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내 통제 아래에 있는 부분보다 훨씬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운칠기삼'이란 말을 꽤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실제로 그 비율이 7대 3인가 하는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상 완전히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란 거의 없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겪고 있는 조울증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울증이 발병한 것, 그리고 지금까지 꽤 오랜 기간 동안 조울증과 함께 살아오면서 겪은 많은 일들이 제 뜻대로 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생각될 만큼 많았습니다. 가끔은 일이 잘 풀리고 딱딱 맞아떨어지는 경우도 있었긴 하지만, 잘 풀리건 안 풀리건 어느 쪽이든, 저의 노력보다는 운이 좋거나 나빴던 이유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았나 하고 의심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삶을 부정적으로만 본다든가, 허무주의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세로 할 수 있는 부분이 겨우 3할이라고 해도, 이 부분이야말로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삶에서 내 의지대로 되는 부분이 얼마 안 된다고 불만에 가득 차 있을 것이 아니라, 실제로 바꿀 수 있는 작은 부분에 집중해야 그때부터 삶이 변화하기 시작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살면서 남과 비교할 때가 무척 많은 것 같습니다. 남과 비교할 때는 인생 3할 변화쯤이야 얼마 안 되는 것으로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비교하는 기준을 나 자신에게 둔다면 변화의 가능성은 3할이 아닌 10할, 즉 100%가 됩니다. 왜냐하면 내가 변화할 수 있는 최대한까지 고려의 대상으로 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번에 변화의 최대치를 이루어낼 수 없다고 하더라도, 변화가 조금씩 평생을 두고 쌓인다면 그 결과는 무척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어릴 때는 발달 과정이라 쉽게 변화할 수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변화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학문적으로도 널리 퍼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라는 말도 있을 정도이지요. 이들은 사람은 바뀌기 힘들다는 쪽에 무게를 둔 관점이고, 여기에는 저도 어느 정도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조금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볼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나이 때문이든, 아니면 그 사람의 원래 성격 때문이든, '전혀 변화할 수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적으나마 변화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그만큼 사람은 달라질 수 있으며, 그런 작은 변화의 효과가 역시 평생을 두고 누적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여기서 말하고 있는 것은 외부 환경 요소를 바꾸려고 하다가 스트레스를 받기 전에, 나 자신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에 집중하자는 얘기입니다.
다시 제 문제로 돌아와, 조울증을 잘 관리하는 일에 한해서 운칠기삼을 생각해 봅니다. 약을 잘 먹고, 수면 패턴과 질을 일정하게 하고,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은 3할에 해당하는 노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이처럼 애를 쓰다가도 제가 어찌할 수 없는 이유로(운이 나빠서) 또다시 조울증의 파도에 휩쓸릴 때도 있습니다. 이 7할의 운 때문에 불안함을 늘 떨치지 못합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할 뿐, 별다른 수가 없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에는 최선을 다해 보고, 어쩔 수 없는 일이 벌어지면 그때그때 대응하는 거지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좋아하는 말이 있습니다.
"Good luck!"
'(그대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물론, 할 수 없는 부분까지도) 행운이 함께하기를!'이라는 뜻을 품은 아주 멋진 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저는 저 스스로에게, 그리고 독자 여러분들께 응원을 보내 봅니다.
"Good lu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