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선택이 아닌, AI 선택의 시대

좋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by 폴짝

제 브런치북 중에 <AI 초보의 인공지능 활용기>를 쓰기도 했지만, 솔직히 저는 AI 서비스를 아주 많이 이용하는 편은 아닙니다. 아무래도 제가 회사 업무를 하지 않기 때문에 좀처럼 AI를 활용할 일이 많지 않아서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최근 심리학 공부를 하는 데에 ChatGPT를 쓰면서 느낀 바는, '이만큼 좋은 교과서이자 선생님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굉장한 툴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제 생활 전 분야로 넓혀서 활용하지 못하는 점이 좀 아쉽기도 합니다.




아주 오래전 학부 졸업논문 때문에 대학원 연구실에 들락거릴 때, 박사과정 선배가 자기 후배들인 석사과정 학생들에게 하던 말이 생각납니다.


"좋은 연구 주제를 정하려면, 먼저 좋은 질문을 정의해야 해. 근데 이게 중요한데 생각보다 엄청 어렵다."


저는 이때 처음 들은 말이었지만, 요즘에는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흔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결국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능력을 인정받고 성공할 수 있다, 뭐 이런 말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좋은 질문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분야가 또 있으니, 바로 AI를 활용하는 경우입니다.


일반적으로 채팅을 하듯 대화형으로 작동하는 인공지능 서비스들은, 결국 내가 질문을 하면 AI가 그것에 관해 대답하는 형식으로 작동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질문'을 하는 주체는 주로 '나'라는 사용자입니다. 나의 질문 내용과 수준에 따라서 AI의 대답은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그러므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좋은 질문을 할 줄 알아야, AI를 더욱 잘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2022년 ChatGPT가 공개된 이후 시니어(고급 경력자)의 일자리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주니어(신입, 사회 초년생)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는 뚜렷한 경향을 보여주는 자료가 여기저기서 발표되고 있습니다.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은 이 현상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제 한 명의 시니어에게 인공지능을 붙여주면, 주니어 수십 명을 데리고 일하는 것과 같은 효율이 난다는 것입니다. 즉, AI에게 통찰력 있는 질문을 하고, 그 대답을 검토할 수 있는 사람 한 명만 있으면(심지어 나이가 들었어도 괜찮음) 새로 사람을 뽑을 이유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현실 세계에서 이미 인공지능은 전문 인력을 대체해 나가고 있습니다(예를 들면 프로그래머, 변호사, 의사 등). 그리고 본격적인 AI 출현 이전에 사람들이 예상했던 바와는 달리, 인공지능은 육체 노동자보다는 정신 노동자들의 업무를 먼저 대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기 업무 특성상 책상물림이신 분들 중 조만간 은퇴할 예정이 없으시다면, 지금은 매우 긴장해야 하실 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위와 같은 현상이 계속된다면, 결국 살아남는 것은 '통찰력'을 갖춘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일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식의 쏠림 현상이나, 기술 발달에 뒤쳐진 개인의 생존이 위협받게 되리라는 우려는 무척 맘에 들지 않습니다. 이상주의자로서 저는, 인공지능으로 인해 높아진 생산성 및 효율성, 그리고 일할 필요 없게 된 사람들의 노동 시간이 모든 이들에게 잘 분배되어, 많은 사람들이 삶을 더 음미할 수 있게 되었으면 하고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더 높은 일은 다음과 같은 모습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자연선택에 의해 적응하지 못한 개체들이 생존하지 못하듯, 인간 세계에서는 AI에 의한 선택에 의해 적응하지 못한 개인들이 경쟁에서 밀려날 것입니다. 그 결과, 이들은 사회-경제적으로 지금보다도 훨씬 심한 양극화 과정에서 하위 계층으로 떨어져, 마치 암울한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서 빈곤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되고 맙니다...




다시 저의 현실로 돌아오면, 제가 공부하고 있는 심리학 분야 역시 밥그릇을 인공지능에게 위협받고 있습니다. 상담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게 되면 더 심해질 것입니다. 과연 제가 학위와 전문 자격을 취득할 즈음이 되어도 여전히 심리학 전공으로 먹고살 수 있는 형편이 유지될까요? 모를 일입니다.


그러니 저 또한 좋은 생각으로부터 좋은 질문을 떠올리고, 이를 통해 때때로 통찰의 순간을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분들 중, 혹시 아직까지 ChatGPT 등의 AI와 친하지 않으시다면, 짬을 내어 AI와 지적인 대화를 나눠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예상밖의 지식수준을 갖춘 AI에 한 번 놀라고, 대화 끝에 때로는 어떤 통찰까지 내어놓기도 하는 걸 보면서 또한 번 깜짝 놀라실지도 모릅니다.


끝으로 저를 포함한 브런치 작가들이 희망을 가져도 좋을 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깊이 생각하고 그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 자체가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훌륭한 수단이라는 점입니다. 순간순간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메모하고, 그로부터 구체적인 생각을 구축하여 글이란 형태로 구성해 내는 것은, 사실 생각보다 희소하고 굉장한 능력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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