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챗GPT 생성)
30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부쩍 사람 이름, 영화 제목 등이 기억나지 않아 답답할 때가 많아졌습니다. 이르고 늦는 차이는 있겠지만, 다른 분들도 흔히 경험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뭔가 생각이 날락 말락 할 때 주로 구글 검색을 이용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구글 검색에 제법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저에게도, 기억의 공백을 메꾸기에는 역부족일 때가 많더군요. 예를 들면 최근,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부모님과 영화 <콘클라베>를 보고 나서 주연 배우가 어디선가 본 듯했는데 영 기억이 나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평소 하던 대로 구글링을 했지요. 배우 이름은 랄프 파인즈(Ralph Fiennes)였고, 관련 정보들이 나왔습니다. 그 정보들로부터 이 배우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주인공이기도 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어디선가 본 듯했다는 느낌에 대한 의문이 풀렸죠.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https://tvtropes.org/pmwiki/pmwiki.php/Creator/RalphFiennes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감독 이름이 생각이 안 나는 겁니다. 또 구글링 했죠. 감독 이름이 웨스 앤더슨(Wes Anderson)이란 것은 금방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이번에는 그가 감독한 작품 중 예전에 봤던 한 영화가 가물가물해서, 제목이 도저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분명히 부분적인 이미지나 느낌은 떠오르는데도, 제목만큼은 도저히 생각이 안 났습니다. 저의 구글 검색은 이 시점에서 막혔습니다. 잘 찾을 수 없기도 했고 수많은 검색 결과들 속에서 헤매기에도 슬슬 지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쯤 되자... '정말 답답해 환장하겠네', 하는 심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챗GPT를 활용해서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 보자, 하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서 문제가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해결되었습니다.
저는 챗GPT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나: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중 <달...> 어쩌구로 시작하는 제목에, 아이들의 로맨스를 다루며, 중간에 보이스카웃 장면이 나오는 영화의 제목을 알려 줘.
그다음에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시겠지만, 짜잔!
챗GPT는 훌륭하게도 영화 제목을 정확하게 알려 주었습니다.
ChatGPT:
당신이 말씀하신 영화는 웨스 앤더슨(Wes Anderson) 감독의 <Moonrise Kingdom (문라이즈 킹덤)>입니다.
제목은 "Moonrise"로 시작하며("<달...> 어쩌구"의 힌트에 부합),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두 아이의 순수한 로맨스를 다루고 있고, 주인공 소년이 보이스카우트(Khaki Scouts) 대원으로 등장하며, 특유의 색감과 대칭적인 미장센, 유머와 따뜻함을 동시에 갖춘 웨스 앤더슨 특유의 스타일이 잘 드러납니다.
https://tvtropes.org/pmwiki/pmwiki.php/Film/MoonriseKingdom
이 시점에서 작은 깨달음이 왔습니다. 인공지능이 우리 기억의 파편을 연결해 주는 데 아주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구글 검색이 '정확한 키워드'를 요구한다면, 챗GPT는 '불완전한 기억'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영화의 제목을 떠올리는 데 챗GPT의 도움을 받았지만, 다른 '기억 실패' 사례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유명인의 이름, 가수의 노래 제목, 특정 장소의 이름 등이 기억나지 않을 때... 유효한 기억 단서들을 제공하면, AI가 그토록 갈구하던 답을 손쉽게 알려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각자 자신이 가진 궁금증의 답을 찾아가는 탐정이 되어, 단서들을 챗GPT에게 제공해 보면 어떨까요? 물론 정확한 답변을 듣기 위해선 질문을 잘해야 합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단편적인 기억 단서들을 자세히, 체계적으로 설명할수록 정확한 답변을 얻을 확률도 높아집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구글 검색은 여전히 강력하고 유용합니다. 따라서 구글 검색과 챗GPT를 적절히 함께 사용하면 원하는 결과를 더 정확하게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위에서 제가 구글 검색으로 시작하여, 챗GPT에게 바턴을 넘겼던 것처럼 말입니다.
뭔가 잘 기억나지 않을 때, 가능하면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기억해 내는 것이 기억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이에 대해선 챗GPT에게 '인출 효과'에 관해 물어 보시면 친절히 알려 줄 겁니다). 하지만 도저히 기억해 낼 수 없을 때는, 챗GPT라는 유용한 도구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