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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Lee Jun 01. 2024

외부와 소통 없는 날에

SIM 카드, 무선 공유기, 공기 그리고 열린 하늘


오늘까지 하여 3일 차 무선 공유기 (wi-fi) 없이 지내고 있다.


일시 귀국하여 한국에서 일 보고 돌아오니 내 손에는 덜렁 폰 한 개가 놓여있다. 그것도 분주한 일을 순간 멈추고 짐을 싸들고 오다 보니 아내가 신신 당부하면서 챙겨가라는 것을 깜박 잊고 온 것이다. 그것은 전화기에 꽂아 바로 바꿔 써야 될 심(SIM) 카드였다. 이때도 아내의 도움이 절실했다.

감사하게도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더니 옆에 계신 한 사모님의 도움으로 공항에서 간신히 지인과 통화하고서 집으로 오게 되었다.


이러니 집에 왔어도 외부와의 소통이 단절되었다.

떠나온 곳에 계신 여러분들께 도착 인사도 드려야  되는데 어떤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래도 도착한 날인데다 밤이 되었으니 오늘은 간단히 식사하고서 잠을 자려했다.


하지만 그 밤에 머물 방도 외부 공기와의 환풍이 단절되어 있었다.

지난 두 달간 40도 되는 기온에다 사람 없이 집을 비우는 통에 퀴퀴한 냄새가 방을 채우고 있는 게 아닌가!  바로 곰팡이가 안방마님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첫날이어서  몸이 어서 쉬고 싶다 하니 눈을 붙이게 되었다. 그래도  에어컨을 취침모드로 켜두면 냄새도 줄어들고, 30도가 넘는 기온에 땀은 나지 않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늘 잠자리를 괴롭히던 모기는 없어 좋은데, 새벽녘에 바로 그 곰팡이 냄새가 지친 몸을 내버려 두지 않고 일깨운다.

알았어! 벌떡 일어나 침대보부터 시작하여 침대 바닥까지 모두 들춰냈다. 몇 겹의 시트를  모두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스프링 침대에는 편목나무 수액을 뿌리고 창문을 열어가며 환기시켰다.


이처럼 스마트 폰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음으로 발생한 사람과의 소통의 단절은 나를 답답한 자로 만들고,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없이 어쩔 줄 모른 자로 만들었다.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것이 아닌가!  인터넷  회사에도 연결해 달라 신청해 뒀지만 여전히 감감 무소식이다.


또한 공간적 단절은 온갖 반갑지 않은 냄새를 낳았다. 있어야 할 곳에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집이나 방은 사람 없이 비어두면, 쓸고 닦지 않으면 곰팡이가 주인 행세를 하게 된다. 우리가 적재적소에 배치되면 자신도 이웃도 환경도 밝고 깨끗하게 되겠다 싶다.


하지만 사람과 그리고 공간과의 단절에도 불구하고 하늘은 뚫려있음을 보았고 알았다.

생각한다. 그동안 뭘 믿고 살았나, 그렇게 스마트폰에 의지하여 살다가 그게 없어지면 어떻게 살겠나? 문명의 이기를 내려놓고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살아갈 수는 없을까?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지금은 전화도 단절, 인터넷도 단절이다.

그런데 위층에 인터넷을 사용하는 분이 있지 않은가? 그때서야  이 생각에  미치자 비밀번호를 일시 공유하면서  소통의 길이 열렸다.


사방에 둘러 쌓여 막힌 듯하나,

스스로 문제를 헤쳐나갈 수 없어 보이나,

자기 생각에 젖어 꽉꽉 막혀  냄새 풍기는 자로 보였으나,

하늘이 열려있듯이 소통 상통하는 길이 있음을 알았네.

구하라. 그러면 너희에게 주시리라.

찾으라 그러면 찾으리라.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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