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브룩스의 ⟪소셜 애니멀⟫
식사는 즐겁고 유쾌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사법고시보다 까다로운 시험을 치러냈다. 두 사람 모두 120분 동안 미묘한 사회적 과제를 수행했다. 두 사람은 재치, 공손함, 감정이입, 예민한 감각, 순발력과 임기응변 등을 서로에게 과시했다. 자기들 문화권에서 통용되는 첫 데이트의 사회적 통념에 맞추어서 행동했다. 그리고 수천 개나 되는 판단을 했다. 상대방 및 자신이 보인 감정 반응을 아무리 정밀한 기계장치라도 구별할 수 없을 만큼 정밀하게 측정했다. 뿐만 아니라 침묵 속에서 오간 몸짓과 표정, 농담 그리고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침묵도 낱낱이 해부하고 분석했다. 자기 자신의 행동은 물론 상대방의 말과 일거수일투족을 끊임없이 분석하고 평가했다. 이런 과정에서 몇 분에 한 번씩 상대방을 자신의 마음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오도록 허용했다.
이런 정신적 작업을 두 사람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처리한다.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 지구 생명체의 역사는 긴 세월 동안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롭과 줄리아가 사회적 유대와 관련된 판단을 하는 데는 수학 방정식 문제를 풀 때와 같은 과정이 필요하지 않다. 이 정신적 작업은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무척 수월하게 보였다. 그 과정은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소셜 애니멀⟫ | 데이비드 브룩스 저/이경식 역 | 흐름출판
남편과 나는 소개팅으로 만났다. 그리고 한 달만에 결혼을 결심했다. 사람에 대한 첫인상은 0.3초 만에 결정된다던데, 각자의 인생을 결정할 수 있는 큰 일을 우리는 정말 0.3초로 느껴질 만큼 빠르게 결정했다. 게다가 비혼주의자였던 나에게 결혼이라니. 그리고 이렇게 쉽게 결심이 바뀌다니. 그동안의 내 비혼 선언이 잊힐 만큼 자연스럽게 결혼을 결정했다.
갑자기 결혼을 하겠다고?
주변 사람들은 생각보다 내 비혼 선언을 크게 기억하고 있었다. 소개팅을 통해 만난 사람과 몇 개월 만났고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렸을 때, 친구들과 가족들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결혼은 절대 안 한다더니 무슨 일이냐며 놀랐다. 여러 질문에 나는 그냥 그렇게 됐다며 넘겼고 정확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위의 <소셜 애니멀> 책 속 내용처럼 순식간에 내 삶의 경험들이 쌓여 무의식적인 판단이 이루어졌을 수도 있고, 내가 만나본 연인, 친구, 지인 등 여러 사람들에 비교했을 때 나에게 가장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쉽게 결정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갑자기 내가 결혼을 하고 싶어 졌을 수도 있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면 충분했다
내가 이 사람과 평생 같이 살 수 있을까? 이 사람과 평생 같이 산다면, 내가 행복할까? 항상 망설이며 질문했던 것들이 이제는 왜인지 떠오르지 않았다. 안정적인 직장이 아니어도 어떻게든 같이 벌어 살아갈 수 있겠지. 아니, 수입이 없더라도 아껴 쓰면 어떻게든 살 수 있겠지. 안정적인 집이라는 건 아마 가진 사람이 더 흔치 않을 거야. 이런 말도 안 되는 희망적인 생각만 가득했다. 그냥 갑자기 한 명의 좋은 사람과 함께하면 어떤 삶이든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종종 같은 순간에 같은 노래를 떠올렸고, 비슷한 취향의 음식을 먹으며 비슷한 방법으로 집안일을 했다. 누구 한 명이 삶의 우선순위를 질문하면 같은 답변을 했다. 서로에게 와 닿을 수 있는 동일한 사랑의 언어를 사용했다. 걱정했던 큰 문제들 앞에서 이 작은 공통점들이 앞으로를 함께 믿고 의지하며 살아가기에 충분한, 더 큰 해결책이 되었고 어느새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