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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Quinn Jul 20. 2022

[서평]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조은석 검사 <수사감각>

저자는 약 1년간 검사로 재직했다. 그때 검사로서 경험했던 일을 비추어 검찰 조직을 비판하기 위해 쓴 책이다. 한 조직을 비판하기에는 짧은 시간일 수 있지만, 1년 경험으로도 비판이 가능할 만큼 그 조직이 부패했을 수도 있다. 저자가 쓴 꼭지 글마다 김미옥 씨가 ‘팩트 체크’로 논평을 달았다.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이연주 지음, 김미옥 논평

50쪽

저자는 이 책에서 검찰 교재로 쓰이는 조은석 검사의 <수사감각>이라는 책을 서너 차례 언급한다. 그중 한 대목을 소개하면서 상명하복의 검찰 조직을 비판한다. “상부는 결국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 인사권자는 자신을 거스른 사람은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인사권자는 반드시 보복을 한다. 인사로 보복을 한다. 인사권자는 사정이 허락하면 즉시,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라도 반드시 보복을 한다.”라는 부분을 인용하여 검찰을 “피의 복수를 하는 조폭 집단”으로 표현을 했다. 나는 이 부분이 궁금했다. 검찰 교재로 쓰는 책에서 정말 이런 표현을 했을까. 검찰 조직이 이런 조직이었는가.


<수사감각> 조은석 검사 지음

책 <수사감각>을 어렵게 구했다. 법무연수원 교육 보조자료이자 특히 비매품이어서 더욱 그랬다. 소지 자체가 불법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합법을 확신할 수는 없지만 불법으로 구하지 않았으니 법을 어겼다고 생각하지 않겠다.


일단 이연주 변호사가 인용한 부분의 앞뒤 맥락을 살펴보면 온도차가 느껴진다.


첫째, 이연주 변호사가 인용한 부분의 ‘상부’는 검찰 조직의 상부가 아니라 '청와대'다. "청와대는 직접 나서지 않는다. 법무부를 통해서 한다. 법무부에서 이견이 있는 것인 양 한다."(<수사감각> 159쪽)와 그 앞 부분 "대검찰청과 법무부는 이러한 외풍을 막아주지 않는다"(위의 책 156쪽)에서 추론해 보면 '상부'는 '청와대'로 볼 수 있다.


둘째, 이 변호사가 <수사감각>에서 인용한 부분 바로 앞에는, 합당한 수사가 정치에 영향을 줄 경우 상부(청와대)의 간여가 있을 것인데, 그 간여를 어기고 수사를 진행하면 보복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 나오고 그다음 이 변호사가 인용한 부분 "인사권자는 반드시 보복을 한다."가 나온다. 마찬가지로 '상부'는 '청와대'다.


셋째, 그 뒷부분에는 “그래도 하여야 함이 마땅한 일은 하여야 한다.”, “불이익이 있더라도 항명으로 수사를 통해 국가와 사회의 이익을 위해 이루는 것이 있다면 항명이 답이다. 숙명이다.”,(<수사감각> 161쪽) 어려울 수 있지만 “상부를 설득하는”(<수사감각> 160쪽) 방법도 있다고 했다. 


이 변호사가 인용한 부분은 앞뒤 맥락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설령 청와대와 선이 닿는 검찰 내부 윗선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원칙적으로 대검찰청과 법무부는 청와대가 부는 외풍을 막는 역할을 한다. 결국 <수사감각>에서 말하는 '상부'는 검찰 조직의 윗선이 아니라 '청와대'이며, 일선 검사가 하고자 하는 수사를 상부(청와대)가 저지하더라도 해야 마땅한 수사는 항명을 하면서까지 해야 한다고 <수사감각> 저자가 말했다. 실제로 <수사감각> 저자 조은석 전 검사는 세월호 사건을 조사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수사 방해에 항명했다.


이 변호사가 의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진실을 오려내고 편집하면 거짓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법무 연수원 교재로 쓰이는 책이 이 모양이니 검사 조직 자체가 이럴 수 밖에 없다는 논리를 펼치려 하기에는, 상명하복의 조직 문화와 인사 보복이 있다는 근거로 이 책 <수사감각>을 들기에는, 타당하지 않다. 다른 근거가 필요해 보인다.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의 다른 내용은 사실과 경험을 기초로 썼다고 믿는다. 그러나 앞뒤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인용한 부분들은 못내 아쉽다. 그래서 매 꼭지마다 논평을 단 김미옥 씨 역할도 의문스럽다. 또한 책이 출간된 시기를 보면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권 저지를 노린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만큼 좀 더 내용을 가다듬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오점 없는 책이 없겠냐마는 그럼에도 팩트에 기반하여 씀이 마땅하다.



*이연주 변호사는 1년(2001년) 검사 생활을 마무리하고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수사감각>은 조은석 검사가 27년 검사 생활의 경험과 비결이 담겨있다.(개인적으로 이 책이 교재로 쓰기에 적당한가 의문이 든다.) 조은석 검사는 대검 형사부장이던 2014년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자 현장에 출동하고도 제대로 된 구조에 나서지 않았던 해경 123정장에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적용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러나 박근혜 청와대와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은 ‘국가(정부) 책임’과 이듬해 4월 총선을 의식해 ‘미루기’에 나섰다. 다시 검토해 보라는 청와대의 피드백이 무한 반복됐다. 결국 반년을 끌다 불구속기소로 ‘타협’이 이뤄졌다. 123정장은 유죄가 확정됐지만, 조 검사는 청주지검장으로 ‘좌천’됐다. 청와대는 조은석 검사를 항명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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