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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Quinn Aug 04. 2022

[서평] 독서의 기술

분석적으로 읽을 수 없는 독자는 말의 배후에 있는 것을 잡지 못하며, 말만 헛돌고 있는 것이다. 문법이나 논리의 훈련을 충분히 쌓지 못한 독자는 이러한 함정에 빠지기 일쑤이다. 말을 지배하지 못하고 말의 노예가 되어 있는 것이다.


자기의 판단을 내리지 않는 인간은 참다운 의미에서 배울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은 독서 기술의 훈련을 쌓아도 책에서 배울 수가 없을 것이다.


비평의 의무를 다함으로써, 즉 판단을 내림으로써 비로소 적극적 독서는 완료된다.


소설의 어디를 좋아하는지를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마 책의 글자 겉면만 어루만졌을 뿐이지, 그 밑에 있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칼슘 영양제를 듬뿍 먹고 이 책을 읽기 바란다. 뼈 때리는 수준이 장난 아니다. 그래서 조금은 열린 마음으로 이 책을 마주할 필요가 있다. 내가 마구 구겨져도 겸손히 받아낼 마음.


이 책에 새로운 이론은 없다. 현 시대에 읽고 있기 때문에 40년 전 글이 새롭지 않다고 여길 수 있지만 새롭냐 그렇지 않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저자가 독서에 얼마나 애정을 갖고 있는지 느끼는 일도 큰 틀에서 볼 땐 쓸 데 없는 일이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독서 기술’을 얼마나 더 선명하고, 정확하게, 계통적으로, 그리고 논리적으로 사용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읽어야 한다. 그런 기술, 규칙 따위에 큰 필요를 못 느끼는 사람도 물론 있다. 그러나 몰입해서 책 한 권을 읽어낼 때 무의식중에 이 책에서 말하는 바와 같은 독서 절차를 밟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학생들 독서를 가르치다 보면 여러 독서 기술이 나온다. 질문하며 읽기, 훑어보기, 미리 보기, 예상하며 읽기 그리고 읽기 전,중,후 전략 등. 나 또한 처음에는 이것들의 효용을 잘 몰랐으나 어느 순간 내가 그 방법으로 읽고 있다는 걸 느낄 때가 있다. 그래서 내 경험을 실어 가르치면 그 말에 더 힘이 실린다. 



책 한 권 읽고 난 후에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라. ‘1. 이 책은 무엇에 관한 책인가’, ‘2. 무엇이 어떻게 상세히 서술되어 있는가’, ‘3. 그 책은 책 ‘전체’로 볼 때 진실한가 혹은 어떤 ‘부분’이 진실한가’, ‘4. 그것에는 어떠한 의의가 있는가’ 당신은 이 네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는가. 


이 책 <독서의 기술>을 네 가지 질문에 맞추어 답하면 다음과 같다. 1.이 책은 독서하는 기술(방법)에 관한 책이다. 2.독서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네 가지 수준으로 설명하고 있다. 간단히 언급하면 최초의 수준은 ‘초급 독서’, 제2수준은 ‘점검 독서’, 제3수준은 ‘분석 독서’, 마지막 제4수준은 ‘신토피칼 독서’다. 3.이 책이 진실한지 아닌지는 독자로서 저자가 권하는 독서법을 실제로 행하지 않으면 알 수 없으므로 답을 보류한다. 4.이 책은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내 독서를 환기시키며 앞으로 내 독서에 여러 도움이 될 ‘기술’을 말해 준다. 특히 독서 기술 중 제3수준(분석 독서)에서 ‘책을 올바르게 비평하는 방법’은 주목해서 읽을 필요가 있다. 비평도 독서의 일부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바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독서에 의해서 이해를 깊게 하는 것’이다.



이 네 가지 질문은 ‘적극적 독서’를 위한 질문이다. 독서의 기본이 되는 질문인 셈이다. 그러나 저자가 강조하는 바는 이 질문을 토대로 네 가지 독서법 즉 초급 독서, 점검 독서, 분석 독서, 신토피칼 독서를 익히고 사용하는 것이다. (용어가 눈에 잘 안 들어온다면 점검 독서는 훑어 읽기, 분석 독서는 꼼꼼하게 읽기, 신토피칼 독서는 주제 읽기로 바꾸면 되겠다.) 그러므로 나는 아주 작은 일부를 요약한 것일 뿐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독서법은 “이상理想에 가깝다”고 저자 스스로 말하고 있다. 또한 참다운 의미로 “훌륭한 독서가가 되려면 각각의 책에 적합한 독서법을 발견해야 한다”라고 말한 부분에서 오히려 더 설득력을 가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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