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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Quinn Nov 02. 2022

[서평] 책과 세계


이 책은 강유원이 쓴 <책과 세계>다. 에필로그까지 포함하면 아홉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 제목이 책 제목과 같다. 1장이 책 내용을 이끌어갈 '핵심'이 분명해 보인다. 먼저 1장을 들여다 본다.



저자는 문제를 제기한다. "텍스트와 그 텍스트가 생산된 컨텍스트로서의 세계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정확히 알아낼 도리가 없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는 세계가 어떠한 법칙도 이끌어낼 수 없는 분열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둘의 관계를 밝히는 일이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독자인 내가 저자에게 묻는 질문이다.



6장 ‘지상과 천국, 두 세계의 갈등’을 보자. 기원후 800년부터 1200년까지가 ‘중세 온난기’인데 이 따뜻한 날씨가 유럽의 풍요를 가져왔다고 강유원은 말한다. “평온함과 풍요로움은 기독교의 보편적 지배에 탄탄한 토대가 되었으며, 학문 발전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이 기반 속에서 토마스 아퀴나스가 <신학대전>을 썼다. 이 시기 지식인들은 글을 쓰고 가르쳐야 하는 자신의 과제를 의식하며 작업에 몰두했고 그 결과 대학이 발전하고 아퀴나스, 보나벤투라, 로저 베이컨 등으로 절정을 맞이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1300년경부터 유럽이 추워지면서 흑사병이 창궐한다. 이때 중세에 회복한 이성이 ‘신성한 무지’로 바뀌고 합리주의적 과학은 신비주의적 믿음 앞에 힘을 잃었다.



이렇게 텍스트와 컨텍스트는 서로 긴밀한 관계에 있다. 결과적으로 저자 분석에 의하면 인류 최초의 서사시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시작해 1859년 출간된 <종의 기원>까지 텍스트들이 말하는 한결같은 내용은 세계가 "쓸쓸하다"는 것이다.



이제 에필로그를 보자. 강유원은 인류 최초 서사시로부터 19세기까지 (자기가 선별한) 텍스트들이 세계에 어떤 영향을 받았고 어떻게 세계에 개입했는지를 들춰보는 작업을 했다. 텍스트와 컨텍스트의 관계를 밝히는 일이 왜 필요하고 중요한지 서두에 내가 제기한 질문에 대한 답을 에필로그에서 찾았다. 20세기 이후 ‘극단의 시대’를 어떻게 읽어낼지 단초를 마련해보자는 것, 이것이 그 답이다.


#책과세계 #강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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