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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Quinn Nov 02. 2022

[서평] 타인의 고통

-이태원 참사를 마주하며

<타인의 고통>은 이라크 전쟁 전후 현실 정세에 대한 '지적' 개입이다. 이 책에서 수전은 이렇게 말한다. "폭력이나 잔혹함을 보여주는 이미지들로 뒤덮인 현대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타인의 고통을 일종의 스텍터클로 소비해 버린다"라고. 타인의 고통이 '하룻밤의 진부한 유흥거리'가 된다면, 사람들은 타인이 겪었던 것 같은 고통을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도 그 참상에 정통해지고, 진지해질 수 있는 가능성마저 비웃게 된다는 것이다. 



수전은 또 이렇게 말한다. "연민은 쉽사리 우리의 무능력함뿐만 아니라 우리의 무고함(우리가 저지른 일이 아니다.)까지 증명해 주는 알리바이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타인의 고통에 연민을 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그러니까 오히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극복하고, 잔혹한 이미지를 보고 가지게 된 두려움을 극복해 우리의 무감각함을 떨쳐내야 한다"라고.



수전이 말한 대로 "자신이 안전한 곳에 있다고 느끼는 한, 사람들은 무관심해지기 마련"이다.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하고 무관심한 현실에 놀라 이 책 <타인의 고통>을 꺼내 든다. 내가 다시 읽고 싶은 부분은 마지막 부록에 실려 있다.



수전은 2001년 9월 11일 발생한 끔찍한 테러에 대해 만사가 문제없다고 확신시키려 애쓰는 미국 지도자들을 보았다. "미국의 관료들과 대중매체 논평자들이 독실한 신자인 척하며 만장일치로 무책임하게 지껄여대고 있는 말들." 그때 수전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 관직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임무가 사람들을 속이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말해서 사람들의 자신감을 부추기고, 슬픔을 조종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니, 부디 "다같이 슬퍼하자. 그러나 다같이 바보가 되지는 말자."라고.



이제 관직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의 슬픔을 조종하려 할 것이다. 통제된 슬픔, 절도당한 애도 앞에 바보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타인의고통 #수전손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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