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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Quinn Nov 08. 2022

[서평] 왜 읽을 수 없는가

인문학자들의 문장을 돌아보다


이 책 서문 일부를 그대로 옮긴다. 


“읽지 않고 살아도 상관없지만 그럼에도 어려운 글을 읽겠다고 도전했다가 실패만 거듭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왜 실패하는지 잘 설명할 수는 없어도 의문을 갖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과 같이 고민하고 싶다. 그 고민을 사회적 고민으로 한번 만들고 싶다. 이것이 이 책의 소박한 소망이다.” 


이 책은 저자 지비원이 기초 사회인문 교양서를 표방한 책들이 읽어 내기 어려운 수준(단어)으로 되어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으로 쓴 책이다.


지비원은 “넓고 얕은 지식을 이야기하는 책이 매우 의미”있고, “이런 책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라고 말한다. “누구나 지식욕을 갖고 있고 그 지식욕을 충족시키기를 원하는 경향에 딱 들어맞는다”라는 말이다. 생각해 보면 그 책이 다루는 지식이 얕다고 판단하는 독자들은 이미 배경지식을 갖춘 이들이다. 처음 인문학을 접하는 이들에게 친절한 용어로 다가간 책은 이전에 없었으니 그 책이 이룬 성과를 폄하해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일부 동의한다. 지비원의 말마따나 대중이 설민석에게 느끼는 호감은 친절한 설명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초보 독자들은 그런 저자와 책을 바라고 있고, 아쉽게도 그에 준하는 친절한 사회과학 입문 도서가 없다는 점이 저자가 이 책을 쓴 출발점(문제의식)이 되겠다.



인문학이 사람들에게서 점점 멀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이 이해할 수 없게 쓴 언어”에 있다고 보았다. 여러 책에 있는 실례(어려운 단어와 문장들 잔치)를 들면서 마치 ‘이거 이해할 수 있어? 어렵지 않아? 길잡이가 되어 줄 기초 입문 책이라 하지 않았어? 이 책을 읽기 위해 또 다른 선행 독서가 필요하다는 말이야?’라고 말하는 듯하다. 진정한 사회과학 입문 도서는 “독자들을 ‘자신(필자)의 눈높이’까지 데려올 수 있는 글”이어야만 한다고 역설한다.



그런 차원에서 저자는 두 가지 필요성을 제기한다. 첫째, 인문학 내에서 ‘모르는 사람을 위해 아는 사람이 하는’ ‘번역’의 차원에서 바꾸어 말하기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독자가 모를 법한 단어는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 쉽게 풀어서 설명해 달라는 말이다. 여기서 황현산 선생이 생각난다. 선생이 하숙할 때 하숙집 아주머니가 이런저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선생은 친절하게 답변을 해주었다. “나는 온갖 낱말, 온갖 문장을 다 사용하여 그 부분을 더 명확히 하기 위해 심혈을 쏟는다. 아주머니가 어떻게 해도 알아들을 수 없는 이 부분에 대한 내 노력은 내 공부를 깊게 해주기도 하지만, 내가 아주머니에게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을 더 풍요롭게 만들고 더 쉽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내가 어려운 말의 도움을 받아 공부한 부분이 아주머니에게 쉽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을 더 넓고 깊게 해주기도 하는 것이다.” 전문가가 대중을 위한 글을 쓴다면 선생의 마음가짐이 필요하겠다.



둘째, 일본이 서양 학문을 받아들이면서 사용한 용어들을 (어쩔 수 없이) 무분별하게 수입한 원인을 밝힐 필요성을 제기한다. 예를 들면, 저자는 연역과 귀납이란 단어를 처음 만든 니시 아마네의 저서를 참고하여 이 일본인이 그 단어를 설명하는 방식을 전해준다. 그리고 저자는 말한다. 그동안 우리는 귀납과 연역이 “무엇의 번역어이며, 처음 번역될 무렵에 어떤 식으로 단어의 뜻을 설명했는지에 대해서” 거의 듣지 못한 현실이었다. 그래서 이러한 단어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려는 시도가 필요하겠고, 그다음 “최대한 알아들을 수 있게” 풀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비원은 마지막에 ‘왜 읽을 수 없는가’에서 ‘어떻게 읽을 수 있는가’로 물음이 바뀐 순간을 선사한 책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오랜 고민이 가치 없는 고민이 아니기를, 그래서 책을 쓰는 사람도 ‘초보’라는 시각에서 책을 써야 한다고 부탁한다. 단단한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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