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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Quinn Jul 18. 2022

[서평]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과학, 어둠 속의 촛불



달 음영을 보는 관점은 문화권마다 다르다. 남자 얼굴, 토끼, 천을 짜는 여인, 월계수 등 그 나라 신화, 전설, 민담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가진다. 무늬로 보이는 것들은 과학적 사고방식에 따르면 소행성 같은 "무작위적으로 자행된 우주적 폭력"의 산물이다.


망부석  (출처: 오마이 포토)

과학적 사고방식의 반대 방향에는 문학적 상상력이 있다. 예를 들면, 산 중턱에 좁고 기다란 바위 하나를 보고 남편을 기다리는 애끊는 부인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고 그 바위에 망부석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이런 상상력은 “세계와 사람에 대한 나름의 설명을 제공해 주거나, 최소한 기억술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그리고 이런 류의 이야기들은 “씨앗을 뿌리고 곡식을 거두고 사냥감을 쫓는 데 실용적인 도움”을 주었다. 그렇다고 해서 실제로 남편을 기다리다가 돌이 된 것은 아니다.



과학적 사고방식과 문학적 상상력이 품을 수 없는 대척점에는 유사과학이 있다. 무언가를 만지면 남아男兒를 가질 수 있다거나, 물을 떠다 놓고 달을 향해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믿거나 그것을 퍼뜨리는 행위가 바로 유사과학이다. 저자는 이런 경신 풍조 문화에서 비롯한 유사과학을 경계하는 이야기로 본격적인 논의를 이어간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진리를 독점하고자 하는 종교, 그리고 반이성주의와 반지성주의로 대표되는 반과학을 과학적 회의주의 입장에서 비판한다. 저자는 요정-마녀(사냥)-신의 현현-외계인-UFO로 이어지는 라인을 모두어 '악령'이라고 표현하면서 악령을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증언의 본질은 공상 또는 망상, 환각이라고 주장한다. 시대에 따라 이름만 달라질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과학은 “물적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한 영혼, 천사, 악마, 심지어 부처의 법신”조차 믿지 않으며 “외계로부터의 방문자”도 마찬가지로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과학에 가해지는 비판에는 “너무 편협하다”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검증할 수 없는 주장들, 반증할 수 없는 단정들은 아무리 영감이나 경이감을 준다고 하더라도, 진실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아무리 마음에 안정을 준다 하더라도 진실이 아닌 곳에 시간과 돈을 낭비할 수 없다는 주장을 두고 편협하다고 비판하는 것은 가혹하다. 그러므로 어떤 주장을 펼치거나 어떤 현상을 설명할 때는 강력한 증거가 필요하다. 그 증거를 찾고 진실을 찾는 여정에서 답은 언제나 과학이 주었다.



생각해 보라. “불과 몇 세기 전만 해도 기적으로 생각되던 수많은 자연 현상이 오늘날 물리학과 화학의 힘으로 깔끔하게 설명”되고 있지 않은가. 해바라기가 좋은 예다. “굴광성屈光性과 식물 호르몬을 알지 못할 때까지만 해도 해바라기가 태양을 쫓는 것은 말 그대로 기적의 증거”였다. 그럼 과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은 어떻게 봐야 할까. 영적 세계를 예로 들면, 현재의 뇌과학이 “의식 상태의 변화를 상세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라는 이유로 “영적 세계가 존재한다는 증거”로 삼을 수는 없다. "증거의 부재는 부재의 증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구촌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영적 세계 이야기에 대해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 과학이 답을 줄 때까지.


그게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다. 물론 “무엇이든 의심하는 태도와 무엇이든 믿는 태도 사이에서 올바른 길을 선택하는 것은 아주 까다로운 문제”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과학적 사고방식의 유용함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모르는 세계(분야, 현상 등)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기 어렵다’, ‘좀 더 살펴봐야 한다’, ‘더 연구하고 실험하고 계산해 봐야 한다’,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라는 태도가 결국 인류 발전에 공헌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더 설득력 있다. 물론 과학이 내놓은 답이 지금은 정답처럼 보여도 얼마든지 반증을 통해 엎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또한 “위축되지 않고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것, 정보 교환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 낙관주의, 자기비판, 실용주의, 객관성을 중시하는 태도”는 과학이 답(진리)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과학적 사고방식이다. 저자 말처럼 민주주의와 비슷하다.


책 68쪽

우리는 진리(진실)가 무엇인지 알기 위한 끝없는 탐구가 필요하고, “내가 틀릴 수도 있다.”라는 태도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 이게 결론이다. “민주주의, 과학의 방법, 공교육”에 대한 저자의 깊이 있는 생각을 모두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다.(책을 평하는 내가 잘못 읽었을 수 있다.)


다음 책을 읽으면 독서 지평을 넓힐 수 있겠다. 이 책을 ‘과학과 종교에 대한 논쟁’으로 한정한다면 20세기 미국을 뜨겁게 달군 논쟁을 다룬 <신들을 위한 여름>으로 심화 독서해도 좋다. 칼 세이건처럼 과학 대중화를 위해 노력한 리처드 도킨스의 <신, 만들어진 위험>도 읽어볼 만하다. 나는 리처드 호프스태터의 <미국의 반지성주의>와 칼 세이건의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을 읽고자 한다.


천체 물리에 한정해서 관심이 생겼다면 닐 디그래스 타이슨이 쓴 <기발한 천체 물리>와 <날마다 천체 물리>가 도움을 줄 수 있다. 기본 수학 지식이 있다면 칼 세이건이 쓴 <코스모스>와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를 먼저 읽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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