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생존, 부동산 가격의 아이러니(2)
우리 땅의 가치
가치라는 것은 어떻게 매겨지는가. 가치는 무엇인가. 모든 것에는 고유의 가치가 있다고 하지만, 돈으로 굴러가는 우리 사회에서 가격표만큼 무언가의 가치를 잘 보여주는 것은 없다. 돈으로 살 수 있는 모든 것은 돈으로 그 가치를 설명할 수 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없다면 돈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도 없다. 그런데 가격이 높으면 가치가 높다는 이 언뜻보기에 당연한 명제는 정말로 옳은가? 오늘은 국내 자산의 80%를 차지하는 부동산의 가치를 이야기할 것이다. 우리 땅은 가치가 높은가?
투자 상품으로서 부동산의 가치
투자 대상의 가격이 높다면 우리는 가격에 거품이 끼어있다고 한다. 가치가 없는 투자 상품이라는 것이다. 투자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미래의 가격에 배팅을 하는 것이므로, 정상적인 가격보다 높다면 우리는 분명 해당 투자상품의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할 것이다. 배팅의 실패가 예상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 작은 회사의 주식이 삼성전자의 주식보다 가치있을 수 있다. 우리 중 많은 이들은 국내 최고기업인 삼성전자의 주식이 아닌 다른 주식을 구매한다.
이런 먼에서 부동산은 최고의 투자 대상이다. 가격이 높다고 한들 그것은 일반적으로 시장에 나오는 상품의 가격이 일반인이 구매력을 갖추기 어려운 수준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삼성전자 주식이라고 해봐야 10만원 정도지만 부동산은 어디 시골 땅이라고 하더라도 억 단위는 가뿐하게 넘긴다. 열심히 돈을 모아서 한 평짜리 땅을 살 수는 없다. 작게는 10평부터 많이는 수천 수만평까지 부동산은 기본적인 단위가 높다.
부동산의 가격은 아직 잠정 소비자들이 참여하지 못한 지금, 아직 부동산을 살만한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 시장에 참여하지 못한 가격인 '지금'이 가장 낮다. 특별한 호재가 없어도 괜찮다. 아직 부동산을 가지지 못한 이들이 돈을 모아 시장에 참여하게 되면 가격은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렇기에 우리는 부동산을 우선 구매하고 나면 어느정도 안정적인 수익을 예상할 수 있다. 누구나 자신이 서있을 땅을 필요로 하지만, 누구에게나 그것이 허용되는건 아니다.
결론적으로 투자 상품으로서 부동산의 가치는 매우 높다고 해야할 것이다. 자본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라면 다른 이들의 수요에 편승하여 자연스럽고,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부동산 그 자체로서의 가치
그러나 투자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 수익률, 그리고 수익으로 가치가 산정된다. 삼성전자의 수익률이 낮다고 하더라도 삼성전자가 다른 회사보다 가치가 낮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때는 시가총액 정도를 떠올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주식은 다른 것을 살 수 있다고 하더라도, 국내 회사 하나를 우리 명의로 바꿔준다면 누구든지 삼성, 카카오 등의 대기업을 선택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상품 자체의 가치는 계산이 단순하다. 그 가격표만 보면 되기 때문이다. 작은 땅덩어리에 많은 인구, 특히나 절반에 달하는 인구가 수도권에 사는 우리나라다. 우리나라의 작은 오피스텔이 호주의 저택보다 가격이 높다. 아이러니는 여기서 발생한다. 이는 정말로 '가치'의 차이인가?
누구나 한번쯤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미국의 넓은 땅에서 마당과 차고가 달린 주택을 짓고 살고 싶다거나, 휴양지같은 섬에서 바닷공기를 맡으며 살고 싶다거나.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이라면, 아마 대부분은 그러한 삶을 살 수 있는 자본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걸 막는가. 바로 우리가 직접 그곳으로 가야한다는 당연한 사실이다.
미국의 주택이나, 태국의 해변을 우리나라로 가져올 수는 없다. 우리는 상상하는 집을 위해서 돈만 들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이동까지 함께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움직일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가족, 우리 친구, 우리의 직장과 언어 등 우리와 연결된 모든 것이 우리의 고향에 있기 때문이다. 재밌는 것은 언급한 모든 것이 미국에 사는 아무개에게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우리의 고향에 있는 이유, 우리가 한국의 도시에 몰려서 사는 이유는 우리에게만 관계가 있다. 외국에 사는 남들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들이다.
우리는 결국 우리의 '개인적인 것'들에게 볼모가 잡혀 이 곳에 살고, 볼모가 잡혔다는 이유로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이 곳에 산다. 우리가 사는 이 곳, 대한민국의 땅은 정말로 가치가 높은가? 분명하게도 아니다. 우리 땅의 가격이 높은 것은 공기가 좋아서도, 깨끗한 경관을 자랑해서도, 넓은 땅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우리가 이 곳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우리라는 숫자가 5000만에 달하기 때문에, 땅이 작기 때문에, 그 땅에서도 우리가 정말로 살 수 있는 곳은 몇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왜 문제가 될까? 첫번째는 생존의 문제일 것이다. 우리가 서 있어야 할 땅이 비싸다는 것은 너무나도 큰 재앙이다. 그렇게 비싸면 시골에 가서 살라는 말은 현실적인 조언이 되지 못한다. 우리의 직장과 친구, 가족과 학교가 있는 곳을 어떻게 떠나겠는가. 우리는 우리 삶의 흐름에서 자리 잡은 곳을 쉽게 떠나지 못한다. 정부가 해야할 역할은 이 자연스러운 각자의 삶이 모두를 불행하도록 만들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모두가 수도권에 어떻게든 발을 붙이고 살아가도록 만든 이 나라의 땅은 실패했다고 해야할 것이다.
두번째는 투자의 문제이다. 앞서 분명히 우리나라 땅은 투자가치가 높다고 했는데 무슨 소리일까? 기본적으로 건물의 가치는 토지+건축물의 가격으로 결정된다. 여기서 실질적으로 건물의 이용에 아무런 관련이 없는 토지의 가격 비중이 높아지면 투자액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의 질이 낮아진다.
우리는 투자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돈만 벌어들이면 투자인가? 그렇다면 정부는 왜 산업에 투자를 유도하고 장려하는가. 그들이 돈을 벌도록 하기 위함은 아닐 것이다. 산업의 발전이 있어야 한다. 토지 가격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한 우리 부동산의 질은 점점 낮아진다. 건축비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게 되는 한 우리의 건물은 점점 부실해지고 허접해지고, 철거가 잦아진다. 우리의 삶도, 우리의 환경에도 재앙이 된다.
우리 부동산은 돈을 벌어다 줄지언정 그 본질적인 가치, 그리고 본질적인 투자 가치도 낮다고 봐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