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생존, 부동산 가격의 아이러니

왜 집값이 오르는건 '문제'일까

by geog kim

부동산은 훌륭한 대체투자수단이다.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부동산은 그 실물이 존재한다는 것. 쉽게말해 어떤 천재지변이나 전쟁 등이 아니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가격에 안정성을 가지고 있고, 수익을 예상하기도 비교적 수월하다. 부동산의 가격은 많은 이들의 수익에 직결되므로 투자의 측면에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은 분명 '호황'이라고 불려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일반적으로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부동산 가격을 잡는 것을 사회적인 목표로 설정해둔다.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는 주식이 없어도, 채권이 없어도 펀드에 가입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우리가 설 땅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가난한 이들이 명품 시계를 차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가난한 이들이 살 집이 없는 것은 문제이다. 오늘은 투자의 대상이자 우리 일상의 필수요소로서 부동산 가격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야기할 것이다.



집값이 오르는 게 문제가 되는 경우를 예시로 들어보자. 서울에서 직장을 잡고 살아가던 A씨는 직장 근처 월세 50만원짜리 원룸에서 출퇴근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곧 A씨는 사랑하는 이를 만나 결혼을 하게되었다. 직장 근처 원룸에서 사는 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던 A씨는 이제 더 넓은 집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모아놓은 돈이 2억 뿐이던 A씨는 같은 위치에서 아파트를 구하려면 5억 이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다른 결정을 한다. 서울 외곽에 2억쯤하는 작은 아파트 한 채를 산 것이다. 그리고 A씨는 긴 거리를 출퇴근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생기고 A씨는 아이가 좀 더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기를 희망하였다. 원래 거주하던 아파트의 가격이 5억으로 올라 좋은 시세차익을 남기고 팔았다. A씨는 성공한 투자를 하였다. 그러나 A씨는 다시 직장 근처로 돌아가기 어렵다. 원래 살던 지역의 아파트는 이제 10억이 되었기 때문이다. A씨는 대출을 받아 7억에 전세를 들어가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렇게 아이는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던 A씨에게 큰 문제가 발생하였다. 집주인이 더 높은 전세금을 요구하였기 때문이다. 이미 조금씩 올라가며 10억을 넘겼지만 A씨는 이제 더이상 계약을 충족시킬 수 없었고, 이전에 살던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웬걸, 이전에 살던 집도 이제 10억을 넘기고 있었다. 월급만 차곡차곡 모으던 A씨는 결국 출퇴근을 위해 직장을 옮겼으며, 아이는 이전보다도 안 좋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게 되었다.

이야기를 다시 보자. 가족 구성원이 증가하면서 아파트를 필요로 한 것 외에 A씨가 따졌던 집의 조건은 오직 그 위치 뿐이었다. 그러면서 본의 아니게 A씨는 성공한 투자를 하였다. 그러나 결론은 좋지 않다. 돈이 점점 많아지는데도 A씨의 주거 환경은 결국 이전만 못한 결과를 낳게 되었다. 다시 한 번 보자. A씨는 성공한 투자를 한 것인가? 금전적으로는 맞겠지만 본인의 생활에 있어서는 명백한 실패일 것이다.


앞선 이야기로 우리는 부동산 가격의 상승, 그리고 이를 통한 부의 축적이 우리의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어떤 분야에 투자가 이루어지면 그 분야는 대량 생산을 통해 가격을 낮추거나,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등 우리 생활에 많은 이점을 가져다 준다.

그러나 부동산은 다르다.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계속 이루어졌을 때 우리는 가격 상승 외에 큰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 물론 허허벌판에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새로운 공간적 컨텐츠를 만드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는 우리가 똑같이 살던 집이, 똑같이 살아야할 집으 가격이 높아지는 것 외에 다른 무언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것이 부동산 투자의 아이러니다.

오늘 글은 부동산 가격이 높아지는 것이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짧게 마무리한다. 다음 글에서는 그 이유를 자세히 들여다보도록 하겠다. 짧게 인트로를 하자면 부동산의 가격이 오를 수록 투자의 유혹은 더욱 커지며, 역설적으로 그 투자가 우리에게 어떤 이로움을 가져다주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부동산이 전체 자산의 80%를 차지하는 우리 나라, 우리 땅의 가치는 정말로 높은 것일까?



작가의 이전글수능 대역전 신화 주인공의 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