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 신림에서 대학을 다닙니다.

우리를 구성하는 공간과 공간을 구성하는 우리

by geog kim

그저 공간을 이야기했을 뿐이지만 어그로성 짙은 제목이다. 공간은 나를 알려주는 가장 좋은 도구이다.

'여의도 입성' '강남 출신' '해외파' 등, 우리는 종종 공간으로써 누군가를 이해한다. 우리의 모든 행동과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은 공간으로 구성되고 공간을 구성한다.




우리는 심장과 폐를 가지고 있고 이름을 가지고 있다. 취미와 직업을 가지고 있고, 친구들과 가족도 가지고 있다. 이것들은 모두 우리를 구성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 더해, 우리가 존재하는 공간 또한 우리를 구성하고 그중에서도 가장 '필수적으로' 구성한다. 친구와 가족이 없어도 우리는 존재한다. 취미와 직업, 이름이 없어도 우리는 존재한다. 비록 죽은 상태로 존재하겠지만 심장과 폐가 없어도 우리는 존재한다. 그런데 공간이 없으면 우리의 존재는 불가능하다.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이 글은 어디서 써졌고 어디서 읽히는가.

공간이 없는 존재를 상상하는 것은 어렵다. 우리와 그 주변의 물질적인 것들은 당연하고, 우리의 생각과 행동 또한 그것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가지고 있다. "Born to be Spatial" 대학 시절 존경하던 교수님 홈페이지의 간단한 소개글이다. 존재의 가장 필수적인 요소는 아이러니하게도 무언가의 내부가 아닌 바깥에 존재한다.

물론 시간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태어나기 이전의 시간으로부터 현재까지 구성되었고, 우리의 삶은 앞으로의 시간을 구성해 나간다. 그런데 내가, 그리고 많은 이들이 공간에 더욱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시간과 달리 공간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임머신을 타거나 외계행성을 가지 않는한 시간은 1초에 1초씩 1시간에 1시간씩 규칙적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공간은 다르다. 출근을 위해 문 밖으로 한발자국 걸어나가거나, 손가락의 위치를 바꿔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공간은 변한다. 하다못해 가만히 있더라도 우리 주변의 공간은 계속해서 변화한다.



"어디 사세요?". 우리가 누군가를 처음 알아갈 때 흔히 하는 질문 중에 하나이다. 이는 물리적인 의미의 질문이 아니다. 어디 사는지 알았다고 해서 그 곳을 찾아가거나 같이 살게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런 쓸 데 없는 질문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단순하고 '물리적인', 그래서 예의바른 질문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필자는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경기도 남부의 빌라를 전전하며 살았고, 초등학교 입학 이전까지 3년 정도 밴쿠버에서 살았다. 이후 파주로 이사갔고, 대학에 진학하며 본가는 인천으로 이사가고 서울에 자취방을 잡고 학교를 다녔다. 졸업 후에는 가족과 떨어져 혼자 철원에 와 있다.

내가 살던 공간을 나열했을 뿐이지만 나에 대해서 꽤나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어린 시절에 경제적인 사정이 꽤나 어려웠고, 아마도 나쁘지 않은 대학에 진학했겠구나. 철원이라는 거보니 군인일 수도 있겠고, 발령을 골치아프게 받았을 수도 있겠구나. 완전히 똑같지는 않겠지만 비슷한 생각을 한사람들이 꽤나 많을 것이다. 우리가 공간을 선택하는 동시에 공간은 우리를 결정하고 설명하게 된다.

조금 치사하게 쓰일 때도 있다. 출신 지역으로 경제적인 수준을 따져보는 이들도 있고, 직장을 말하기가 민망해 종로에서 회사 다닌다 하며 뿌듯한 표정을 짓는 이들도 있다. 이 글의 제목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정보들이 쌓이고 쌓여 일종의 대명사나 '밈'처럼 쓰이기도 한다. 여의도에 입성했다는 것은 국회에서 일을 한다는 것을 뜻하며, 강남 출신이라거나 해외파라는 것은 꽤나 유복한 환경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간은 우리의 많은 것을 설명한다. 우리의 삶을 더욱 쾌적하게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더 좋은 평가와 좋은 대우를 받기 위해서 우리는 공간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이것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은 우리에게 더욱 많은 고통을 주기도 한다. 방바닥에 위치한 먼지의 공간을 바꿔 우리의 공간을 청결하게 유지한다. 더 좋은 집에서 살기 위해 노동한다. 누군가와 함께하기 위해 움직인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간은 때로 불가항력적인 힘으로 우리의 삶을 결정하기도 한다. 퇴근길에 갑자기 비를 쏟아버리기도 하고, 신호위반을 하던 자동차에 의해 순식간에 우리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우리의 출신 지역으로 평가를 받게하기도 하고 몸이 멀어져 마음이 멀어지기도 한다. 우리 삶의 모든 것은 공간과의 투쟁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공간에 있어야 하고 어떤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가. 먹고 사는 문제는 어떤 곳에서 먹고 어떤 곳에서 사는 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해야 한다. 곧 저녁 시간이다. 오늘은 어디서 밥을 먹을까. 방에서 간단히 전자렌지에 음식을 돌려먹을지 집 앞 식당에서 식사를 할 지, 읍내로 나가 맛있고 좋은 음식을 먹을지하는 고민과 함께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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