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발여정-DMZ 콘텐츠 4. DMZ 사운드도감
별거 아니었는데 나에겐 굉장히 의미 있게 다가 온 기억이 있다. 어떤 기회로 지금은 세상을 떠난 어떤 이가 예전에 조그만 방 안에서 친구들과 모여 기타를 치며 부른 "stairway to heaven"의 녹음파일을 들은 적이 있었다. 난 심지어 그 공간에 있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그 파일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녹음되었던 것이었다. 지금처럼 녹음기술이 좋을 리도 만무했다. 그런데, 노랫소리와 함께 들리는 거친 음질의 사운드가 나에게 3차원의 그 공간을 구현해서 보여주었다. 마치 그 공간 속에 VR안경이라도 끼고 들어간 것처럼. 그때 처음으로 청각이라는 감각이 3차원적인 공간을 상상하게 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DMZ와 관련된 콘텐츠를 찾던 중에 이 프로젝트에 대해 알게 되었다. DMZ 공간에서 채집한 사운드와 그 사운드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시각 작업들이 DMZ를 재구성하고 있는 DMZ 사운드도감이라는 작업이다. 이 프로젝트는 관객들에게 각자의 방식으로 DMZ 공간을 상상하게끔 만들어준다.
파발여정-DMZ의 네 번째 콘텐츠로 안세령, 이승희 작가의 DMZ 사운드도감을 소개한다. 사운드 중심의 작업을 글로 설명하자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꼭 재해석된 DMZ를 체험해보길 바란다. 소리에 관련된 이 콘텐츠를 통해, 청각이 예민해지는 여행을 즐겨보길 바란다. 여행 중, 이 DMZ 사운드도감에서 들은 것 같은 소리와 우연히 마주친다면, 청각적 희열은 물론, 청각적 체험이 증폭되는 것을 느낄 수도 있다.
안세령 작가 seryoungan@gmail.com
이승희 작가 hwee1103@gmail.com
<작가의 DMZ 사운드도감 소개 글>
‘DMZ 사운드도감’은 공간과 장소의 기억을 어떤 방식으로 보존하고, 또 그 기억들을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사유된 DMZ는 전쟁이라는 특수한 장소성에 주목하여 공간에서 시각적인 정보를 전달하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DMZ 사운드도감’은 소리(청각)라는 매체에 주목하였다. 왜냐하면 소리는 청각적인 요소를 공간과 조합하는 예술로 이들 간의 상호작용을 이끌어내는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특히 소리는 개인의 청취 경험과 기억에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기 때문에, 소리를 기반으로 DMZ를 고찰하여 DMZ라는 특수한 장소성을 시각과 청각의 영역적 확장을 통한 청각적 풍경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장소를 예술적 감각으로 재 구성하고 ‘공감과 공유’의 가치를 담아 DMZ의 감각적인 체험을 가능하게 하고자 한다. 작품들은 DMZ공간에서 사운드를 채집하고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나 시각적인 작업의 확장성을 도모하였다. 청각적 자극이 작가 개인의 기억과 경험과 결합한 내적인 이야기들과 청각에 반응하는 몸, 청각적 사유, DMZ 공간의 청각적 요소들을 음악적 선율로 재 편집하였다. DMZ는 과거와 현재의 간극과 긴장이 공존하는 곳이다. 가만히 귀 기울이고 있으면 바람에 서로 부딪치는 잎사귀, 빗방울을 튕겨내는 나무, 오랜 세월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는 실향민들의 한숨 소리가 먹먹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