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파발꾼 Dec 14. 2020

철망 앞 커피 한잔

파발여정-DMZ 여행지 2. 포비 디엠지(FourB DMZ)

어김없이 베이글을 사 먹으러 갔던 합정 포비 카페. 계산대 옆에 놓인 진열장 안에서 의외의 단어 "DMZ"를 마주했다. 커피와 DMZ가 어떤 연관이 있지? 그렇게 처음 '포비 DMZ'를 알게 되었다.


파주 임진각 한편에 서 있는 포비 DMZ는 굉장히 인상이 강한 카페이다. 세면이 유리로 이루어진 조그마한 카페가 편안한 분위기를 풍기며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공간은 매우 단순하고 정직하다.

 

미국의 유명 건축가 필립 존슨의 글라스하우스를 인터넷으로 처음 보았을 때 이런 생각을 했었다. '저런 자연 속에 뭐가 있어도 이쁠 텐데, 뭐 이렇게 대충 지어 놓은 거야?'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풍경을 재료로 사용하는 공간의 힘과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마치 창덕궁의 단청과 유려한 곡선은 가끔 지겨울 때도 있지만, 창덕궁 후원은 지겨울 일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나 아파트에서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은 이 말에 더욱 공감하리라 믿는다. 이런 의미에서 풍경과 주변 맥락을 아주 잘 활용한 포비 DMZ는 굉장히 영리한 공간이다. 마치 카페의 탈을 쓴 전망대 혹은 액자처럼 보인달까. 아 물론 맛있는 커피를 제공한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풍경이 빛을 발한다. 


3 미터도 채 안 떨어져 굳건히 서 있는 철조망을 바라보며 커피를 한잔 하고 있자니, 군대 겨울철 보초를 서다 맞이한 목사님의 따뜻한 코코아가 생각나기도 했다. 카페를 나오면서는 이북에서 오신 외할아버지를 모시고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카페다.  


파발여정-DMZ의 두 번째 여행지로 임진각에 위치한 포비 DMZ를 소개한다. 포비 DMZ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어떠한 생각을 해봐도 좋다.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로 177 / 연중무휴 / https://fourb.co.kr/








<포비 DMZ 김은준 매니저와의 인터뷰 문답>


인터뷰 공간 : 포비 DMZ

인터뷰 시작시간 : 2020년 8월 21일 11시 17분

연령대 : 30대 

집으로 느껴지는 나라 : 한국 


지금 있는 공간에서 자신을 묘사한다면?

연결. 

임진각이란 공간은 되게 특수한 곳이다. 나는 커피 한잔으로 이런 특수한 곳과 일상의 편안함을 연결시켜주는 사람.


지금 있는 공간에서 자신의 일상을 묘사한다면?

기본. 

일상은 항상 똑같이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도 다름은 항상 존재한다. 매일 먹는 음식이나 풍경, 아니면 분위기 등 비슷하지만 매번 다르다. 항상 변화하는 일상이지만, 내 속에 있는 기본이 중심을 잘 잡고 있어야 무엇이든 잘 소화할 수 있다. 그래서 기본을 중시하는 일상을 산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있는 공간의 성격을 묘사한다면?

포비는 한국적인 게 어떤 건지 다른 시각으로 보려고 고민했고, 결국 도착한 곳이 임진각이다. 아까 말했듯이 이곳은 임진각이라는 매우 특수한 공간에서 일반 분들에게 편안함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찾아주신다.


지금 있는 공간의 풍경을 묘사한다면?

편안함.

가까이에는 철조망, 철조망 앞에는 철길, 멀리 보면 임진강이 살짝 보인다. 잔잔한 임진강 물결을 보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곤 한다. 여기 오시는 분들도 임진강을 바라보시며 편안함을 많이 느끼시는 것 같다.


지금 있는 공간에서 소통한 사람이 있다면, 그중 흥미로운 한 명은?

항상 마감시간 전에 오시는 분이 계신다. 그분은 항상 똑같은 음료를 드시며, 똑같은 자리에 앉아서 30분 정도 아무 말씀 없이 창밖만 보다 가신다. 나는 그분이 하루의 고단함을 여기에 두고 에너지를 충전하고 돌아가시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 그 모습이 바로 포비가 생각했었던, 바라던 그림이어서 굉장히 인상이 깊었다.


DMZ 바라보는 김은준 매니저의 모습은?

그리움. 

여기 오시는 분들 중 가족의 생사를 알지 못하시거나 생사를 알아도 보지 못하는 이산가족분들, 혹은 전쟁을 몸소 체험하신 분들도 있으시다. 그분들은 보통 조용히 앉아서 창밖을 보시곤 하는데, 나는 그 눈빛에 묻어있는 그리움을 본다. '그리움'은 여기서 일하기 전에는 크게 와 닿지 않았던 단어이지만, 이제는 DMZ라는 단어가 그리움을 떠올리게 한다.


인터뷰 종료시간 : 2020년 8월 21일 11시 29분

파발꾼 소속 직업디자이너
구독자 2
이전 08화 비무장 벌들이 만들어낸 꿀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파발여정 DMZ편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브런치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