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발여정--DMZ 여행지 3. 띵크그린카페
치킨이 아닌 살아있는 닭을 본 건 되게 오랜만이었다. 도시에 살면서 볼 수 있는 동물들이라고는 산책 나온 강아지나 길냥이, 이쁨 받지 못하는 비둘기 정도이다. 어린 시절, 누구는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를 베란다에서 닭이 될 때까지 키웠다더라 같은 얘기를 들었던 기억은 있지만, 사실 살면서 살아있는 닭을 볼 일은 거의 없다. 띵크그린카페 앞 울타리에 있는 닭을 보면서 새삼 재미있었던 이유다. 파주 헤이리 마을에 위치한 띵크그린카페는 그렇게 입구에서부터 특별했다.
"헤이리 마을은 예술가들이 함께 모여 만든 예술공동체 마을이다. 예술이라는 게 다양성을 추구하고, 편견이나 경계를 허무는 영역이라면 나는 예술이 생명을 사랑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헤이리 마을의 길고양이도, 닭과 토끼, 강아지들도 자유롭게..." <천호균 대표와의 대화 중>
이 곳의 카테고리를 굳이 나눠야 한다면 비건 카페라고 할 수 있다. "NO SUGAR / NO BUTTER / NO MSG / NO ANIMAL ADDITIVES"라는 글이 메뉴 아래 크게 쓰여있다. 하지만 단순히 채식메뉴가 있는 카페나 음식점을 넘어 이곳은 사고방식, 혹은 삶의 방식을 이야기하는 카페라고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띵크 그린! 그린을 생각하자!
다양한 채널의 풍부한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이다. 채식에 대한 정보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채식이라고 맛없는 풀만 먹어야 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또한 여전히 비건 피자가 맛있겠나라는 의심을 은연중에 했었나 보다. 감탄하면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주말에는 에티오피아에서 온 바리스타가 에티오피아 방식의 커피를 선보인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습관적으로 마셨던 프랜차이즈 커피가 지겨운 주말 오후, 이 커피 한잔은 일상을 탈출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가장 쉬운 방법일 수도 있다.
파발여정-DMZ의 세 번째 여행지로 헤이리 마을에 위치한 띵크그린카페를 소개한다. 특히나 민통선내에서 주로 생산되는 장단콩을 이용한 음식을 맛보며, 생태가 보전된 녹색의 DMZ를 간접 체험해보길 바란다.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93-75 더스텝 바람 B동 207~217호 / 월요일 화요일 휴무 /
<띵크그린카페 천호균 대표와의 인터뷰 문답>
인터뷰 공간 : 띵크그린카페
인터뷰 시간 : 2020년 8월 23일 3시 반
연령대 : 70이 갓 넘은 철없는 노인
집으로 느껴지는 나라 : 대한민국
지금 있는 공간에서 자신을 묘사한다면?
평화를 그리는 청년 같은 마을을 가진 노인, 농부
지금 있는 공간에서 자신의 일상을 묘사한다면?
예술가의 안목으로 농부를 존경하고 농부의 마음으로 생명을 사랑하는 예술로 농사짓고 농사로 평화짓는 평화농부.
지금 있는 공간의 성격과 풍경은?
예술공동체 마을을 조성한답시고 자연을 마구 파헤친 과거를 반성하며 그나마 아직 남아있는 생명들을 잘 간수하며 공생하자는 다짐을 하였고 그 다짐을 "그린"으로 표현하여 이곳에 오시는 손님들도 같은 마음을 공유하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띵크그린이라는 카페를 만들었다
빵과 차를 마시면서 그린을 실천하자는 따뜻한 공간이 헤이리 예술마을 한구석에 있구나 하고 뽐내고 싶었다.
지금 있는 장소에서 소통한 사람 중 흥미로웠던 사람이 있다면?
예전에 논밭예술학교에서 농사를 배우던 지금은 꽤 큰 어린아이가 자기가 직접 부화시켜 아파트에서 키우다가 좀 더 자유롭게 키울 곳을 찾아서 나에게 맡긴 닭이 있었다
3~4년 잘 키우다가 더 이상 키울 형편이 안돼 다시 너에게 돌려보내야 하는 입장을 설명하니 나름 가족회의를 하고 시골 먼 친척에 보낼 수 있다 하여 다행으로 생각하였으나 다시 연락이 와 그 친척이 키우는 게 아니라 잡아먹겠다 한다며 근심에 찬 목소리에 마음이 약해서 그 닭 한 마리를 위한 닭집을 띵크그린 앞에 짓고 그 아이의 착한 심성을 생각하며 그 닭을 행복하게 잘 키우고 있다.
천호균 대표가 바라보는 DMZ의 모습은?
DMZ라는 공간은 전쟁의 상혼과 함께 피로 점철된 끔찍한 공간이었지만 오랜 기간 사람의 출입이 제한되어 역설적으로 아주 생태적인 공간이 되었다. 이 아이러니한 선물인 생태적인 공간을 우리가 잘 유지하고 더 승화시켜 총칼이 아닌 생명, 생태로 평화를 짓는 세계 최고의 아름다운 공간을 그린다.
DMZ를 미래적인 관점으로 본다면?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를 위한 금요일 학교 파업으로 세계적 기후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기후 위기는 전쟁보다 더 심각하다. 전 세계 비어있는 공간 모든 곳에 나무를 심어 인간의 문명과 탐욕이 뿜어내는 끝도 없는 탄소를 흡수하기에는 나무가 자라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며 우리에겐 그럴 시간의 여유가 없다. 100일 이내에 4M 이상 자라나는 대마는 탄소를 포집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최고의 작물이다. 그런 대마가 마약이라는 잘못된 인식과 왜곡된 통념을 바꾸기 위한 활동이 절실한 지금이다. 평화로 넘실대는 DMZ를 꿈꾼다.
첨예한 군사적 긴장 속에 총과 지뢰로 점철된 분단의 땅에 DMZ에서부터 남과 북이 협력하여 신이 내린 선물 대마를 심으며 지구 최후의 분단지역을 지구 최초의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평화와 생명의 상징지대로 만드는데 한 역할을 하고 싶다.
인터뷰 종료시간 : 2020년 8월 23일 오후 4시 22분
<띵크그린카페 바리스타 메스핀과의 인터뷰 문답>
인터뷰는 영어로 진행되었고, 한글로 번역하였다.
인터뷰 공간 : 띵크그린카페
인터뷰 시간 : 2020년 8월 23일 4시 18분
연령대 : 30대
집으로 느껴지는 나라 : 에티오피아
자신을 묘사한다면?
야망, 생각하는 사람
난 내 미래에 대한 많은 계획과 생각을 갖고 사는 성격이다. 야망이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자신의 일상을 묘사한다면?
배우는, 사색적인
주말에는 이곳, 헤이리마을 띵크그린카페에와서 일을 하고, 주중에는 또 다른 곳에 가서 파트타임을 한다. 나의 일상은 꽤나 바쁘고 정신없다. 나는 그 속에서 어떻게든 여유와 시간을 찾고자 한다.
지금 있는 공간의 성격을 묘사한다면?
단순한, 특별한, 독특한
화려하고 세련된 공간들은 많지만, 이 곳처럼 단순하면서 개성이 강한 공간은 없다. 띵크그린카페는 굉장히 편안한 분위기에서 특별한 것들을 항상 제공하려는 곳이다.
지금 있는 공간의 분위기를 묘사한다면?
단순하고 편안한 자연과 같은.
지금 있는 공간에서 만난 사람 중 흥미로운 사람이 있다면?
근육질에 열정적인 보디빌더 남자 손님이 있었다. 그는 식단 조절 때문에 이 카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어느 날 그가 친구들과 피자를 먹고 있었고, 나는 커피를 만들던 중이었다. 그가 커피를 시키지 않았지만, 내가 맛을 보라고 조그만 에스프레소 잔에 방금 만든 커피를 갔다 줬고, 한번 맛을 본 그는 그날부터 카페를 올 때마다 나와 내 커피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나는 에티오피아 전통방식과 현대적인 방식을 결합하여 커피를 만들기 때문에, 내 커피는 맛도 좀 독특하다. 그래서 내 커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커피에 깊이 빠져있거나 공부하려는 사람들이다.
DMZ나 남북 분단에 대한 경험이 있는지?
가끔 친구들이 한국에 놀러 오면, 함께 통일전망대 가곤 했다. 한 번은 전망대에서 북한 농부들도 보았고, 한 번은 아이들이 겨울철 얼어있는 도로에서 썰매를 타는 것도 본 적이 있다. 흥미로웠다.
에티오피아 전통 커피와 직접 만드는 커피에 대해서 간단히 말해준다면?
에티오피아는 커피의 기원이 되는 나라 중 하나다. 그래서 그런지 굉장히 오래된 커피 문화, 도구들, 의식들이 있다. 그런 것들은 또 시각적으로 굉장히 매력적이다. 한국에서도 커피와 관련된 의식들을 보여줄 기회가 있었는데, 사람들이 커피가 아닌 시각적인 것들에만 관심을 갖아서 아쉽기도 했다.
보통 커피숍에서는 커다란 용기를 사용해서 커피를 볶는데, 그렇게 되면 항상 신선하게 커피를 유지할 수가 없다. 나는 소량의 커피를 볶아서 손으로 내려서 커피를 만들기 때문에, 보다 신선하고, 손맛이 가미되어 독특한 맛을 낼 수 있다. 인터뷰가 직전에 방금 볶은 커피가 있으니 끝나고 한 잔 만들어 주겠다.
인터뷰 종료시간 : 2020년 8월 23일 오후 4시 34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