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속 기차

07월 10일 월요일 오전 06시 58분

by pq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월요일.


이건 반칙 아닌가?

월요일인데 장맛비라니...


이런 날은 나라에서 법으로 직장인들 다 쉬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지하철 안에서 새벽 5시 46분 친구에게서 온 문자를 확인했다.


"굿모닝~ 오늘 비에 젖지 말고 따뜻하게 있어~"


'젠장, 이미 몸의 반이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됐는데.'


이번엔 어젯밤 하와이에서 친구가 보낸 문자가 눈에 들어왔다.


"주말 잘 보냈지? 돌아오는 한 주도 즐거운 한 주가 되길 바라~"


폭우가 쏟아지지 않는 하와이에서, 아름다운 해변과 따뜻한 태양 아래에서 지낼 친구에게서 이런 문자를 받으니 괜히 심술이 났다.


'너나 즐거운 한 주가 되겠지. 난 매일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한테 둘러싸인 채 숨 막히는 출퇴근을 하며 일주일을 버터야 한다고!'


그러다 문득 소설 '어린 왕자'에서 어린 왕자가 만난 전철수의 말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그들이 있는 곳에 언제나 만족하지 않아."


나에게 문자를 보낸 친구들도 그들이 속한 곳에 만족하지 않을까?

그들은 꽤 만족해 보이던데...


어쩌면 나는 '어린 왕자'에서 무엇을 찾고 있는지 모르는 기차 속 승객 중 한 명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는 '어린 왕자' 속 무엇을 찾고 있는지 몰라 기차를 끊임없이 타고 왔다 갔다 하는 승객이 맞다.


한때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줄 알았다.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노력하고 그 방향을 위해 나아간다면 그 자리에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때는 내가 원하는 종착지에 도달했다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내가 생각하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전철수의 말이 맞다.

나는 한 번도 내 자리에 만족한 적이 없다. 그래서 늘 다른 곳으로 떠나기를 갈구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그곳이라면 행복해질 거야'라는 막연한 상상과 함께.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나의 현명한 친구는 늘 나에게 말한다.


"네가 원하는 것을 기도하지 말고, 너에게 필요한 것을 기도해."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지 말고, 네가 필요한 게 무엇인가를 찾아."


"어쩌면 네가 원하는 것을 진심으로 포기할 때, 그때 네가 원하는 것을 얻게 될지도 몰라."


비도 오고 월요일이라 기분이 센티해졌나 보다.


그나저나 '어린 왕자'는 읽을 때마다 심금을 울리는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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