쩝쩝 아저씨

07월 12일 수요일 오후 05시 54분

by pq

고백할 것이 있다.

사람마다 예민한 부분들이 각자 있지 않는가?

예를 들면 후각, 시각, 미각, 청각, 촉각 등.

나는 청각이 매우 예민하다.


고약한 냄새도 어찌어찌 참겠는데, 더럽고 징그러운 것도 그냥 보고 말겠는데, 정말 맛없는 것도 먹겠는데, 이상한 느낌도 견뎌보겠는데,

소리는, 소리는, 특히 거슬리는 소리에 한번 꽂히면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이게 어느 정도 심각하냐면, 듣기 힘든 소리에 반복적으로 노출 됐을 땐 공황장애까지 와서 그 자리에서 쓰러진 적도 있다.


나에게 듣기 힘든 소리란 사실 대단한 소리가 아니다.

입에 아무것도 없이 마른침을 쩝쩝대는 소리,

신발을 바닥에 끄는 소리,

말하면서 아무 이유 없이 손가락 튕기는 소리..


그중 최악은 '입에 아무것도 없이 마른침을 쩝쩝대는 소리'다.


퇴근 시간을 알리자마자 쏜살같이 회사를 나와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일찍 나왔다고 생각했건만 여전히 사람들이 많다.

어렵게 잡아 앉은자리.


'오 마이 갓~'


오른쪽에 앉은 아저씨가 입으로 나의 고통을 알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쫩~ 쫩~ 쫩~ 쫩~'


파란 운동복의 아저씨는 휴대폰으로 영상을 보며 연신 입으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쫩~ 쫩~ 쫩~ 쫩~'


무언가를 먹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도 해봤지만, 아니다. 아무것도 없다.


'쫩~ 쫩~ 쫩~ 쫩~'


차라리 껌을 씹어주세요 제발..


내가 유난을 떠는 건가 싶다가도 이건 소음이 분명하다. 이 고통을 모르는 사람은 이해하지 못한다. 마치 담배 피우는 사람이 담배 연기를 괴로워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다행히 아저씨는 얼마 안 가서 내렸다.


'저를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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