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은 청춘을 싣고
07월 14일 금요일 저녁 10시 50분
'까르르~ 까르르'
분명히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웃음이 터질 나이는 훨씬 지나 보이는데..
지하철을 기다리는 젊은 여자 세 명은 뭐가 그리 재밌는지 '까르르' 거리며 수다 삼매경이다.
내 뒤에 남정네 둘은 이제 막 변성기 끝자락에 있는 듯한데,
'무슨 술을 마셨네, '
'어떤 막걸리가 맛있네'
술자랑이 한창이다.
금요일 저녁.
약속이 늦어져 집에 가는 지하철을 늦은 시간에 타게 됐더니, 내 주변이 온통 피가 펄펄 끓는 혈기왕성한 청춘남녀들로 가득 찼다.
피곤하지도 않은지 다들 재잘재잘, 까르르까르르 시시콜콜 친구에게 혹은 연인에게, 아니면 전화에 대고 저마다의 이야기를 쏟아낸다.
그러는 동안 지하철이 승강장에 도착했다.
내 앞에 있던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 같은 연인은 아마도 여기서 이별을 고해야 하는 듯했다.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상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사랑을 속삭이던 중 여자가 지하철에 올라탔고, 자리에 앉았다. 나는 그 여성 앞에 섰다.
여성의 연인인듯한 남성은 아쉬운 듯 문이 닫힐 때까지 여성의 손을 놓지 않다가 결국 승강장에 남겨진 채 여성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둘은 그렇게 서로 지하철 창문을 사이에 두고 애처롭게 바라보았고, 무심한 지하철은 그들의 속도 모른 채 출발했다.
남자가 뛴다!
남자가 손을 흔들며 지하철을 따라 전속력으로 뛴다!
그렇다.
영화나 광고에서 보던 그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저들의 머릿속에서는 지금 달콤한 사랑의 멜로디가 재생되고 있겠지.
나도 어렸을 땐 남자친구와 저러고 놀았는데,
이제 와서 남이 하는 거 보니까 왜 내가 다 부끄러운 걸까?
지하철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남성은 결국 시야에서 사라졌고, 여성은 휴대폰을 만지기 시작했다.
아마 남성은 지금 터질 듯한 폐를 움켜쥐며 휴대폰을 보고 있겠지.
역시... 청춘은 무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