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프렌치키스

G

by pq

※ 글에 나오는 등장인물과 상당 내용은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각색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큰 키, 말끔한 인상, 프랑스 중소기업 사장.

취미는 여행과 사진 찍기.

G의 소개란에는 전문가 못지않은,

G가 직접 찍은 감각적인 사진들로 가득했다.

'좋아요' 버튼을 누르자 곧바로

'두 분이 서로 마음에 들어 합니다'

라는 메시지가 떴다.


G를 만나기까지는 5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때까지 우리는 띄엄띄엄 문자를 주고받았는데 G가 보내는 문자 대부분은 G가 해외에서 보내는 사진들이었다.

G는 해외 출장이 잦았다. 일주일에 한 번꼴로 해외에 출장을 갔는데 그때마다 사진을 찍어 보냈다. 멕시코, LA, 프랑스, 일본, 푸에르토리코 등,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마치 홍길동이 된 것 마냥 바지런히 돌아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G가 '우린 언제 만나지?'라고 물었다. 나는 '네가 시간이 없잖아. 매일 해외에 있어서'라고 퉁명스럽게 답했다. 그러자 G는 바로 약속 날짜를 잡았고, 우리는 수요일 저녁 이태원 근처에서 보기로 했다.


수요일 저녁.

지하철역에서 내리자 G가 보였다. 사진 속에서 처럼 큰 키, 마른 몸, 스타일리시한 G는 나에게 프랑스식으로 양 볼에 뽀뽀를 번갈아가며 하는 인사를 했다.


실제로 본 G는 사진 속 이미지보다 훨씬 수다스러웠다. 말도 많았고, 몸동작도 부산스러웠으며, 실없는 이야기도 자주 해댔다.

사진 속의 G는 무거운 찹쌀밥 느낌이라면 실제 G는 후~ 부르면 날아가는 동남아 쌀 같은 느낌이랄까?


G는 미리 알아둔 프랑스 식당이 있다고 했다. 그곳에서 저녁을 먹는 건 어떻겠냐고 물어봤다. 내가 좋다고 하자, 역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된다고 했다.


G가 예약한 레스토랑은 멋졌다.

우리는 밖인 테라스에 자리 잡았는데 분위기도 좋고, 음식도 맛있었다. 다만 레스토랑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술을 시켜야 했는데, 내가 술을 안 마신다고 하니 G가 와인 한 병을 시키며 혼자 마시기 매우 미안하다고 했다. 혼자 마시기 매우 미안하다던 G는 결국 와인 한 병을 혼자 다 마셨다.


수다스러운 G 덕분에 나는 G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G는 프랑스인이다. G는 누나가 한 명 있고 누나의 가족은 베트남에서 살고 있다. 부모님은 프랑스 프로방스라는 시골에서 살고 계시는데 누나와 매년 방문한다. G는 수학을 전공했고 졸업하자마자 지금의 회사 계열의 일을 시작해서 오늘날 사장까지 오게 됐다. 중국에서도 6년을 지냈고, 이번엔 한국 지사장으로 오게 됐다.


돈도 많이 모으고 여행도 많이 했지만, 잦은 이동으로 인해 연애전선에 계속 문제가 생겼다. 이동할 때마다 이별이 따랐던 것이다. 결국 40대 후반이 되도록 결혼을 하지 못했다.


책을 매우 좋아해서 책이 집에 한가득이다.

미술과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데, 한때 아프리카 음악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했단다. 요리도 좋아해서 집에 친구들 불러다가 요리해 대접하는 것도 좋아한다. 아침마다 에스프레소를 내려마시고 오렌지주스도 직접 손으로 짜서 마신다. 회사 가기 전 꼭 수영장에 들려 수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G의 이야기를 들으며 G는 매우 부지런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그때,


G의 혀가 내 입 안으로 쑤~욱 들어왔다.

그리고 G의 혀는 내 입 안에서 꾸물꾸물 마치 춤을 추듯 현란하게 움직였다. 구석구석. 내 치아와 잇몸과 혀, 입천장과 못젖까지도 훑고 난 뒤에도 G의 격정적인 키스는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뺨을 타고 지나간 그의 혀는 귀와 귓속을 훑었다. 다음은 코와 콧구멍이었다. G의 끈적거리는 침과 그 침 속에 섞여있는 와인냄새가 내 얼굴 전체를 도배하는 동안 나는 그 비릿한 냄새, 끈적이는 촉감에 대한 비위가 상하는 걸 참아내고 있었다.


'아...

이게...

진정한...

프렌치 키스인 건가...

그런데...

얼굴은 왜...

콧구멍은 왜...

귓구멍은 왜...

침이...

침이...

너무 많이 흐르는 걸...

끈적이는걸...

냄새가 역겨운걸...

침이...

많이...

싫은걸...'


G는 그날 이후 '우리 언제 다시 만나?'냐며 '보고 싶다'라고 연신 문자를 보냈다.


나는 그날의 강렬했던 침세례를 잊을 수가 없었기에 G에게 전했다.


'나 당분간 남자를 만날 수 없을 것 같아.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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