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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포드에 취한 남자
L
by
pq
Jul 24. 2023
※ 글에 나오는 등장인물과 상당 내용은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각색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실례합니다. 길 좀 물을게요. 제가 어디를 가려고 하는데 혹시 이 쪽으로 가면 되는지 맞는가 해서요?"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뚫고 하얀색 SUV 한 대가 내 앞에 섰다. SUV차량 뒤에는 자전거가 매달려 있었다.
창문을 내리고 나에게 길을 묻는 남자.
나와 만나기로 한 L이다.
"아~ 그러세요? 어디로 가는데요?"
L의 장난을
받아줬다
.
"아가씨는 어디로 가시죠? 제가 태워 드릴게요."
L의 능청은 계속됐다.
"그쪽이 알 바 아닌 것 같은데요. 그리고 저는 모르는 사람 차는 안 타서요."
그러자 활짝 웃으며 L은 어서 타라며 손짓을 했다. 나도 그제야 웃으면서 우산을 털며 L의 차에 올라탔다.
L을 알게 된 건 약 한 달 정도.
'서로가 마음에 들어 합니다.'
데이팅앱에서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된 뒤 우리는 꾸준히 문자를 주고받았고, 두 번의 장시간 영상통화를 했다.
한 달 만에 만나는 건 L이 남해에 살기 때문이다. 게다가 L은 야간근무를 한다.
L은 미 해군출신인데 전역 후에도 미 해군에서 일하고 있다.
사진 속 L은 호감형이었다.
실제로 보는 L은... 확실히 사진이 잘 받는 얼굴이다.
여담이지만, 사람마다 다르지 않은가.
카메라발 잘 받는 사람이 있고, 실물이 더 나은 사람이 있고...
나 또한 사진과 영상이 훨씬 더 낫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차에 올라탄 나는 반갑게 인사를 했다. 4시간 동안 빗속을 뚫고 차를 몰고 왔을 L에게 '배고프지 않아?'라며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물으며 L을 바라보는데...
L이 갑자기 양손으로 자신의 양 귀 옆에서 바람을 보내는 듯한 행동을 반복하는 게 아닌가.
'뭐 하는 거지?'
"향기가 나?"
"응?"
L은 계속 자신의 양 귀 옆에서 양손을 나를 향해 펄럭이며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향기가 나냐고."
"아... 아... 응. 냄새가 좋네."
그제야 L은 만족스럽다는 듯, 손으로 펄럭이던 행동을 멈추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코롱이야. 톰 포드."
코롱을 양쪽 목에 뿌려 기분이 좋은 L과 나는 근처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L이 운전하며 가는 동안 나는 L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L은 미국인이다.
괌에서 왔다. L은 굉장히 활동적이다.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기며, 자연을 사랑한다. SUV 차량 뒤에 달린 자전거는 언제든 싸이클링을 하기 위해 준비된 거다. 서핑과 다이빙도 즐긴다
.
세계 철인 3종 경기에서 1등도 했다.
가족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었다.
L은 8남매 중 첫째다. 막내 동생은 흑인인데, 부모님이 입양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사이가 좋지 않지만 이혼은 하지 않았다. 불행한 아버지를 보며 자신은 아버지처럼 일만 하며
평생
을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L은 호기심이 많다. 경험한 것도 많고, 가 본 나라도 많았으며 그래서 할 말도 많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도
한다
. 예를 들면 그동안 만나온 여자들 얘기라던지, 자기의 이상형이 누구인지 등.
L은 쉴 새 없이 말을 하면서도 40대 남성들이 남의 이야기는 안 듣고 자기 얘기만 하는 모습이 늙은이 같아서 싫다고 한다. 그러면서 말하는 중간중간,
"나 너무 말 많아? 나 말 많이 하면, 그렇다고 얘기해 줘야 돼."
라고 부탁했다.
나는 그러면 웃으면서 '괜찮다'라고 말했다.
레스토랑에 도착한 우리는 자리에 앉았다.
주문을 하고 난 뒤 L은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화장실에 다녀온 L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L은 양쪽 귀옆에서 양손으로 나를 향해 바람을 날리기 시작했다.
"향기가 나?"
체념한 나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응, 톰 포드 향기가 나."
L은
매우 흡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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