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을 증오한 남자

톰포드에 취한 남자 L 2탄

by pq

※ 글에 나오는 등장인물과 상당 내용은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각색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주말을 맞아 그동안 미뤄왔던 머리를 하고 손발톱도 정리했다.


상한 머릿결을 잘라내고 나니 머리가 많이 짧아졌지만 느낌이 가볍고 상쾌하다.


미장원에서 나와 네일숍에서 손톱과 발톱관리를 받았다. 네일숍 사장님이 어떤 색깔을 원하느냐고 물었다.


"반짝임이 들어간 쨍한 노란색으로 해주세요."


지난번 손발톱 색상은 반짝임이 들어간 진한 바비 핑크색이었다. 이번에는 한여름 더위에 어울리는 반짝이는 쨍한 노란색이 당겼다.


손톱과 발톱을 다듬고 꼼꼼히 젤을 칠하고 UV 램프에 굽는 것을 반복하기를 여러 번. 내 열 손가락과 열개의 발가락은 '블링블링', '반짝반짝'이는 노란 손발톱으로 상큼하게 빛나고 있었다.


한결 산뜻해진 마음으로 네일숍을 나서면서 방금 한 손톱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리고 한 번 만난 이후 꾸준히 문자를 주고받고 있는 '톰포드에 취한 남자 L'에게 사진과 함께 문자를 보냈다.


'나 손톱 했어. 예쁘지?'


L에게서 답장이 왔다.


'노란색??'


L의 반응이 뭔가 뜨뜻미지근하다. '예쁘다', '잘했네', '상큼하다' 이런 걸 기대했었는데, '노란색??' 이라니...


'그냥 노란색 아니고, 반짝임이 들어간 쨍한 노란색이야.'


나는 조금 기분이 상해져 반박하듯 답장을 보냈다.


'하하 그래...'


이번엔 도대체 L의 반응이 왜 그런지 궁금해진 내가 물었다.


'노란색에 문제 있어?'


그제야 L은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응. 난 노란색을 정말 싫어해. 솔직히 말해서 여자들은 무좀 색이랑 똑같은 색으로 손발톱을 칠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회색, 초록색, 파란색도 안돼. 하지만 이건 개인취향이니까 뭐. 네 손톱이니까 어떤 색으로 칠하던 네 마음이지. 그냥 내 생각은 그렇다고.'


갑자기 기분이 상했다.


'와... 지금 내 손톱을 무좀 같다고 한 거야? 노란색도 여러 가지 노란색이 있다고!'


L은 어떤 노란색을 칠하든 모두 무좀 색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인터넷에서 찾아낸 노란 무좀의 손발톱 사진 여러 장을 보내는 것이 아닌가!


나는 L의 이런 행동에 정이 뚝 떨어졌다.


자신의 생각이 그렇다 한들, 돈과 시간을 들여 손톱과 발톱에 색을 입혀 기분 좋아하는 나에게 굳이 무좀 같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는 거다. 예의가 아닌 거다. 더군다나 무좀 사진까지 굳이 찾아서 보내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L한테 마지막으로 문자를 보냈다.


"내가 손발톱 무좀에 걸려본 적이 없어서 그런 생각은 못했네. 앞으로 우리 볼 일은 없을 것 같아. 난 내 노란 손톱으로 너를 기겁하게 하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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