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없어, 자리...

07월 17일 월요일 오후 05시 55분

by pq

모두 그런 경험 한 번쯤 있지 않을까?

내가 줄을 서면 그 줄이 갑자기 막히고, 그래서 다른 줄로 바꿔 서면 아까 내가 섰던 줄이 갑자기 막혔던 수도꼭지가 뻥 뚫려서 물이 콸콸 쏟아지듯 줄줄이 빠져나가는 경험.


카페에서 커피를 시킬 때도, 은행에서 볼 일을 볼 때도, 공항에서 검문소를 지나갈 때도 꼭 내 앞에 있는 사람한테만 문제가 생긴다. 카드에 문제가 생기거나 대출 상담을 길게 받거나, 캐리어에 이상한 걸 들고 와서 검문 시간이 길어진다.


퇴근 후 지하철을 타기 위해 승강장에서 기다리는데 순간 '아차'했다.

지금까지 지켜와 본 결과, 지하철 제일 앞칸에 자리가 여유 있다.


'제일 앞칸 쪽에 가서 기다렸어야 하는 건데...'


하지만 이미 지하철이 역으로 들어온다는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중간 지점에서 내가 타게 될 지하철 칸을 노려봤다.


'오 마이갓! 자리는 커녕 많은 사람들이 서 있잖아!'


우울한 마음으로 한 곳에 자리 잡고 서 있는데, 자리를 잘못 잡은 것 같다. 내 앞에 앉은 여자가 이어폰을 낀다. 다음에 역시나 팔짱을 껴고, 눈을 감는다.


나의 모든 신경세포는 생겨날지도 모를 빈자리로 향해있다. 마치 미어캣이 된 마냥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내 귀도 작은 소리 방향에 따라 뒤집어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그런데 바로 다음역.

내 앞에 앉은 옆 자리 여성이 일어나 내린다. 물론 그 자리는 내 옆에 서 있던 여성이 앉았다.

다음 역에서는 그 옆에 있던 여성이 일어나 내렸다. 또 그다음 역에서는 내 뒤에 앉아 있던 여성이 내렸다.

그러니까, 내가 찜해 놓은 자리의 여성 빼고 다 내렸다.


'망했다...'


월요일 새벽부터 일하느라 힘들었건만 지하철역에서 자리도 못 앉으니 오늘따라 서글프다.


이 자리가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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