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남 시인

by 기성



나는 늘 큰 길이 낯설므로

오솔길을 택하여 가나

어머니는, 내가 가는 길을 염려하실 테지

풀이 무성한 길, 패랭이가 피고 가을이라

나뭇잎이 버스럭대고 독한 뱀의 꼬리도 보이는

맵디매운 뙤약볕 속으로 지워져 가는 길

어느 모퉁이에서

땀을 닦으며 나는 아마 나에게

이렇게 질문해볼 거야


나는 어찌하여 이 뵈지도 않는 길을 택하여 가는가?

어머니의 기도를 버리고 또

세상의 불빛도 아득하게


누군가 내 속에서 이렇게 답하겠지

내가 가는 것이 아니고 이 길이, 내 발 앞으로, 가슴속으로,

눈으로 와 데려가고 있다고


가을 아침의 자욱한 첫 안개와

바짓단에 젖어오르는 이슬들도

오래전부터 아는 듯 걸어갈 테지

어머니의 염려나 무거워하면서 여전히 걸어갈 테지

안갯속으로 난 아득한 오솔길을

(장석남, '오솔길을 염려함' 전문,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문학동네, 2012년, 27쪽)



시인은 걷고 있다. 가을 깊은 외딴 길, 새벽 오솔길을 걷고 있다. 그 길 걸으며 시인은 너스레를 놓는다. 인적도 없고 불빛도 없고 길도 뵈지 않는다고 너스레를 떤다. 엄니가 보고 싶다. 자신을 위해 기도하고 남이 가지 않는 길 가는 걸 염려하는 엄마가 보고 싶다. '어느 모퉁이'에 멈춰 섰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느라, 잠시 질문에 잠기느라 멈춰 섰다. 시인은 다시 걷는다. 답 없는 질문을 뒤로하고, 발 밑으로 밀려들고 가슴팍으로 파고드는 그 길을 걷는다. 큰길 아닌 오솔길을, 이 뵈지도 않는 길을 시인은 아득히 걷는다. 자욱한 안개와 초롬한 이슬을 친구 삼아 그 길을, 여전히 오리무중인 그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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