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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성 Feb 09. 2022

목정원,이라는 공연예술 이론가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아침달, 2021)



처음 김현이나 고종석을 만났을 때처럼 압도적인 서문은 아니었지만 윤경희나 양효실의 것처럼 오랜만에 만난 단단하고 남다른 머리말이었다. 놀라지 않은 것은 그간 읽어 온 세월 탓도 있지 싶다. 보통 마지막에 쓰는 책의 서문이나 작가의 말이 무척 좋은데도 나쁜(?) 책은 봤지만, 머리글이 별로인데 본문 내용이 좋은 책을 본 적은 거의 없다. 목정원,이라는 새로운 작가 혹은 비평가를 우연히 발견했다. 공저가 있지만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이 첫 책이다. 연초지만, 뒤늦고 우연한 발견이지만, 올해의 발견이라 할만하다.






목정원은 미학을 전공했고 프랑스 렌느 2 대학에서 공연예술학으로 박사 학위를 땄다.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온지는 2년 남짓이고 현재 여러 대학에서 가르친다고 저자 소개에 나온다.



변호하고 싶은 아름다움을 만났을 때 비평을 쓴다.
가끔 사진을 찍고 노래를 부른다.



한 때 글쓰기 관련 책들과 강좌가 쏟아졌었다. 그 여파와 열기는 여전하다. 글쓰기의 시작은 무작정 쓰기가 아니라 읽기, 단단하고 좋은 글부터 정성껏 읽기다. 단어를 잇고 문장을 짓는 삶-자리가 남다른 이들의 글을 부지런히 반복해서 읽는 것이다. 읽고 나면 무언가를 긁적여 쓰고 싶게 만드는 글 읽기, 읽기와 쓰기가 서로를 밀고 잡아 당기도록 읽기, 다른 도리가 없다.





가령 양효실이  <불구의 , 사랑의 >, 김현진이 쓴 <진심의 공간>, 안치운이  <옛길>(학고재, 1999), 윤경희가  <분더카머>, 김혜리가  <그림과 그림자>, 조용미가  <섬에서 보낸  >, 거슬러 올라가 박완서 선생이  토하며  < 말씀만 하소서>, 고종석이  <모국어의 속살>, 김현이  <행복한 책일기>, 김훈이  <원형의  진도>(이레, 2001) 같은  말이다. 목록은 끝이 없을 테다. 작가들이 간혹 자기 분야가 아니라 오랫동안 취향으로 즐겨왔던 것들에 대해   남다르고 황홀한 반짝임을 보여줄 때가 있다. 목정원의 책도 그렇다.



목정원 작가. 출처 : http://ch.yes24.com/Article/View/46949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초판 발행일은 2021년 10월이다. 조금 뒤늦었지만, 다행히 목정원이라는 작가 혹은 비평가를 발견했다, "뒤늦게 쓰인 비평", 수필(에세이)과 비평 경계에 애매하게 걸쳐 있는 글 모음집, 그 위태로운 틈새가 매혹적이다. 아름다운 것들은 죄다 슬프기 마련인 법, 느리게 호흡을 가다듬으며 읽을 수밖에 없는 글, 느린데 숨을 누르고 삼키게 하는 글, 행간마다 스며있는 슬픔은 죄다 말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말하기 어려운 것을 글로 짓는 작가의 숙명, 무언가를 건드리는 글, 무언가가 건드려지는 글, 스스로 울면서 썼을게 분명하다. 이름을 기억하고 앞으로 쓸 글도 손꼽는다. 여행길에 함께 하면 그만인 책을 만났다. 다만 아쉬운 것은 비싼 책값!


누군가를, 무언가를 사랑하려면 쓸쓸해질 각오를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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