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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성 Jul 12. 2022

<헤어질 결심>, 박찬욱의 야심과 딜레마

<헤어질 결심>(박찬욱, 2021)



0. 흥행 못할게 뻔하(다고 생각했)다.


영화가 개봉하고 난 다음 주 월요일, 그러니까 한 주전 수요일 개봉한 <헤어진 결심>을 개봉 6일(7/4)째 보고 나오자마자 카카오 스토리에 올린 글이다. 브런치에 다시 글을 쓰려고 방금 Daum 영화 정보에서 관객수를 보니 92만 후반 대다. 예상이 맞아간다, 박찬욱은 어쩌나? 쓸데없는 게 연예인 걱정(손익분기점은 해외 판권 선판매로 이미 확보했단다)인데 말이다. 칸에서 감독상도 받았겠다, 박찬욱 영화가 15세 이상 관람가도 받았겠다, 영화 흥행을 끌올 하기 위해 여러 매체 인터뷰에서 박찬욱은 흥행 대박을 꿈꾸고 염원했다. 하지만 바람도 무색하게 멀티플렉스에서 <헤어질 결심>의 상영 시간과 회차는 숨 가쁘게 사라지고 있다. "봉준호와 김지운에게 박찬욱이 술 살 날"은 이렇게 물 건너간다. <헤어질 결심>의 흥행은 어쩌면 이렇게 박찬욱스러운가? 박찬욱의 운명(?)이 얄궂다. 배짱을 부릴 수도 버릴 수도 없는 박찬욱의 골치 아픈 딜레마는 골이 깊어만 간다. 박찬욱은 영화 평론이라는 글로 영화 이력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1. 팬덤(N차 관람)을 불러일으킬게 뻔하다.


영화 <헤어질 결심>은 '보기' 좋았다. 여전히 영화를 사랑하는 박찬욱의 열정이 느껴졌고 연출 과정은 노련해지고 세련미가 넘쳤다. 촬영과 편집, 미장센과 음악이라는 영화적 요소 하나하나가 치밀하면서도 정서적 감흥을 충분히 불러일으켰다. 영화적 감동이라는 정서가 지적이고 단단한 구조와 치밀한 연출을 통해서도 가능하다는 걸 보란 듯이 증명하고 여실하게 펼쳐 보였다. 수미일관한 서사적 구조와 서사를 치밀하게 뒷받침하면서도 자유롭게 삐걱대며 이질감을 만들어 내는 카메라의 시점 숏과 몽타주 숏들, '이렇게 말도 안 되게 갖다 붙인다고?'라며 이내 '이게 되네!'라는 감탄을 자아냈다. 영화를 보고 젠체할만한 숨은 그림 찾기를 가장한, 뻔한 이스터 에그를 곳곳에다 뿌려 두었다. 해석할 여지를 두고 알만한 관객과 벌이는 밀당, <헤어질 결심>은 어쩌면 이렇게까지 박찬욱과 잘 어울리는지? 영화를 레고처럼 찍고 이은 <헤어질 결심>은 얄밉게도 박찬욱스럽다. 거기까지.



2. 박찬욱의 영화는 여전히 매력적인가?


<스토커>와 <아가씨>, <리틀 드러머 걸>을 거쳐 <헤어질 결심>까지, 박찬욱은 세련되고 있지만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날 것 그대로의 박찬욱의 매력을 지우고 희석시키면 대중성은, 흥행은 확보될 수 있을까? 예술 영화를 지향한 적이 없고 자신은 철저히 상업 영화감독이라고 말하는 박찬욱의 딜레마다. 영화를 시간 때우기가 아니라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나 관점을 제공해주길 바라는 관객, 박찬욱에게 너그러운 평단의 칭찬(각종 영화제 수상)과 흥행이라는 대중성은, 봉준호와 김지운에겐 손을 내밀었지만 박찬욱에게는 가차 없다. 운이라 여기기엔 박찬욱이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세월과 편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헤어질 결심>을 보니 이제 박찬욱에게 영화가 아닌 장면, 영화가 될 수 없는 사건은 없다. 그런데도 박찬욱만의 매력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어질 결심>은 어쩌면 이렇게까지 박찬욱과 안 어울리는지? '영화란 무엇인가?' <범죄도시 2>와 <토르 : 러브 앤 썬더>, <헤어질 결심>을 트는 영화관은 같은 장소일까? 둘을 보는 관객은 같은 관객인가? 다시 물어야 한다. '영화는 왜 보는가?'와 '영화는 왜 만드는(찍는)가?' 어떤 물음은 답이 금방 따라오지 않아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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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숨기지도 않은 뜻과 대단하지도 않은 의미를 수수께끼   N 관람을 하면서까지 풀어야  이유가 어딨는지 모르겠다. 박찬욱의 영화에서 언어로 묘사할  없는 순간(이미지) 사라지고 있다. 차라리 <브로커>에서 찾아야  의뭉스럽게 숨은 뜻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 전체와 연결되는 놀라운 은유들로 가득하다. 덧붙여 정서경 작가( 박찬욱의 각본 쓰기) 자기 도취에 빠진 듯하다. 밑도 끝도없는 반전을 통해 작위적으로 끌고 가는 스릴러 각본은 쫀득쫀득한 긴장감을 휘발시킨다. 불필요한 쇼맨십이다.  심사위원단의 선택, 감독상이 <헤어질 결심>이라는 영화가 아니라 박찬욱에게  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헤어질 결심> 좋은 영화이지만 박찬욱의 가장 좋은 영화일지 나는 의문이다. 저마다의 방식은 다르겠지만 인물들이 강렬한 존재감으로 스크린을 압도하는 영화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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