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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성 Jul 19. 2022

양효실,이라는 작가

<불구의 삶, 사랑의 말>(현실문화,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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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효실의 이 책에 대해 작정하고 또박또박 눌러쓴 엄청 긴 글을 잃어버렸다. 저장하지 않은 채 이곳저곳을 넘나들다가 다 날려 버렸다. 다시 반복해서 쓸 수 없을 문장들, 양효실에 대해•양효실의 문장들에 대해 안간힘을 다해 썼던 글이다. 아쉽지만 그래서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아직 다 이해하지 못한, 아니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이 책에 대해•양효실의 글에 감히 나름의 정의를 내리려고 했다니 꼬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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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가장 긴 3장은 단숨에 읽어야 한다. 아니 단숨에 읽을 수 없을 테지만, 숨이 턱턱 막히고 가슴이 답답해 자주 멈추고 멍하니 하늘이나 카페 창 밖을 내다볼 수밖에 없을 테지만 그래도 단숨에 읽어야 한다. 한 번으로 이해할 수 없을뿐더러 반복해서 읽되 단숨에 읽기를 반복해야 한다. 읽다가 멈추면, 읽다가 멈추고 내일 다시 읽으면 마법은 사라진다. 양효실의 문제 설정과 문제의식이 어떤 재료를 경유해 어떻게 문장으로 쏟아지는 지를 제대로 느끼고 전율하려면 단숨에 읽어야 한다. 쉬더라도 몇 번이고 멈추더라도 그대로 책을 덮고 싶더라도 단숨에 읽어야 한다. 3장은, 길지만, 그래도 한 호흡으로 읽길 권한다.



2

이 책은, 책에 담긴 양효실의 문장은, 내가 영원히 다 이해할 수 없(을 수밖에 없) 다는 절망을 안겨 준다. 반복해서 그저 읽을 수밖에 없는, 이해 불가능한, 불가해한 책이다. 그래서 읽고 또 다시 읽고 그저 반복해서 읽을 수밖에 없는 책, 아마 죽었다 깨어나도 다 알 수 없는 책이다. '어렵다'는 말이 아니다. 글은 쉽고 쏙쏙 읽힌다. 양효실의 문장은 경쾌하고 명쾌하다. 단어와 문장의 뜻을 독해한다고 다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보다 더 뼈저리게 느끼도록 만드는 책은 많지 않다. 존재론적인 층차를, 존재들 사이 근원적인 단절을, 인간이라는, 여성과 남성이라는 존재가 공통점보다 차이가 더 많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그래서 이해할 수 없다. 무능한 글 읽기, 절망적이다. 그래서 좋다. 그렇지만 또 읽고 다시 읽는다. 통째로 외우고 싶은 책이다.


양효실 작가


3

처음 이 책을 읽은 지가 벌써 여럿 해 전이고 몇 번을 읽었는지 모른다. 이제야 겨우 이 책에 대해•양효실에 대해 써 보려다가 결국은 다 날려 버렸다. 그래도 아쉬워 변죽만 울리는 몇 글자를 겨우 쓴다. 낯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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