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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성 Nov 03. 2022

진은영,이라는 시인이자 철학자


<문학의 아토포스>는 진은영의 진가와 내공을 엿본 책이다. 문학하는 것에 대한 진은영의 어떤 주장이, 정치에 대해•시민사회 운동에 대해•사업하는 것에 대해 이토록 풍부한 상상력과 단단한 사유의 꼬투리를 건넨다. 진심은 통한다고 어떤 곳이든 안간힘 다해 몸서리치고 틈 내려고 싸우는 이들에게서는 알 수 없는 앙상함과 쓸쓸함이 울커덕 묻어난다. 그 앞에서 초라해지는 것은 진심으로 특권이다.



2019년 새해 문턱에서 진은영을 새로 만났다. <문학의 아토포스>를 거쳐 자신의 박사 논문을 정리한 이 책까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만 읽어도 그만이고 두 번 읽어도 좋다. 한동안 진은영으로 다시 스프노자와 칸트, 니체와 들뢰즈를 들여다 볼 길잡이 삼을 작정이다. 하고픈 말이 절실하고 글로 또렷하게 나눌 줄 아는 이가 남긴 사유 흔적은 소름 돋는다.




나[진은영]는 오랫동안 아름다운 시들을 읽었고
스피노자•칸트•니체의 철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맑스와 용수(나가르주나)와 들뢰즈를
내게 가르쳐 주고 함께 읽었던 이들을 사랑한다.





진은영은 ‘오랫동안’ 읽고 공부했다. 결국 이건 ‘사랑’이다. 사랑은 견디는 것, 사람이건 일이건 참기를 오래하는 것이 사랑이다.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고집스런 믿음, 그것이 사람을•운동을 생명으로 대하는 태도고, 그 가능성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끝까지 견디는 지구력은 희망의 밑절미다. 믿음•희망•사랑은 오랫동안 견디는 자와 함께 있을텐데 결국은 ‘사랑’이다.




사회•정신•자연에 대한 우리의 관계가
현실적으로 점점 악화되는 경향을 띠는 것은,
이데올로기의 시대가 가고 좌파가 몰락하면서
우리가 전체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들에 대한
개인과 사회의 무지와 숙명론적 수동성이 더욱 강화된 결과이다.
이것은 철학의 영역에서는 사회적 실천 이론의 근간을 이루었던 변증법 논리를
비판하고 해체한 뒤 그 자리를 대신한 구조주의와 탈근대주의에 큰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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