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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성 Nov 03. 2022

지그문트 바우만,이라는 사회학자


1

<레트로토피아>를 통해 바우만이 내린 싱거운 결론은 마음에 남는다. 조건이 붙긴 했지만, 네가지 회기 현상 <레트로토피아>를 극복하기 위해 바우만이 내민 제안은 "대화"다. 사전은 대화를 이렇게 정의한다. "서로 마주하여 이야기를 주고 받음", 대화는 결국 마주이야기다. 바우만이 내건 대화 가능한 전제 조건은 공정한 경제모델이다. 이야기는 사람이 일으킨 '사건'이 만든다. 사건이 만든 이야기는 맥락이 있고, 반복과 차이을 통해 새로워진다. 사람이 사건을 일으키고 이야기를 만들며 사람끼리 그 사건과 이야기를 나눈다. 사람 사이 서로가 사건을 주목하고 이야기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관계망과 그 관계망을 가능하게 하는 배치가 필요하다.배치 변화의 핵심은 일상적 사귐이 가능한 공간과 거리 만들기다. 공간이 중요하고 거리룰 줄이기 위해 배치를 바꾸는 게 필요하다. 


마주이야기는 속 깊은 만남의 처음이자 마지막이고 소통의 시작이자 결국이다. 대화는 허공에서 솟지 않는다. 대화 가능한 배치와 구조, 공간이 필요하다. 대화는 시작일 뿐이다. 거대 자본이 포섭한 공유사무실 유행이 주는 영감과 문제의식은, 대화가 수시로 가능한 공간과 동선 설계다. 배치 변화가 인간에게 끼치는 불편함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만드는 시도, 배치 변화가 생성할 긍정적 문화는 함께 하는 사람들이 전제하고 공유하는 철학의 깊이에 달렸다. 대화는 저절로 되지 않는다. 대화의 질과 깊이는 결국 함께하는 공부(의 깊이)에 달렸다. 이 순환이 가능한 배치와 구조를 일상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 공유사무실의 성패는 거기 달렸다. 어쩌다 바우만이 공유사무실로 이어졌다. 책 읽기는 결국 자기-확증-편향을 위한 도구일 뿐, 혼자-읽기가 무서운 이유고 더불어-읽기가 필요한 이유다.



2

바우만에 따르면 세상이 디스토피아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레트로토피아 : 실패한 낙원의 귀환>을 거친다.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징후를 바우만은 4가지로 정리한다. ‘홉스로의 회귀?’, ‘부족으로의 회귀’, ‘불평등으로의 회귀’, ‘자궁으로의 회귀’, 바우만에 따르면 ‘회귀’는 퇴행이고 몰락 과정이자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광범위한 퇴락 현상이다. 더 나은 사회나 미래를 상상하고 구현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이들에게 회귀 과정이자 퇴행 결과인 ‘소확행’이라는 소비 습관은, 나름의 생존 방식이자 중산층이 몰락해가면서도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안간힘처럼 보인다. 바우만은 3번째 회귀인 ‘불평등의 회귀’를 막기 위한 최소한이자 최대치의 정치 행위를 조건 없는 ‘기본소득’에 둔다.


2019년 JTBC 신년토론은 주제를 1) 경제 위기론 2) 양극화와 일자리에 못박고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소득주도 성장과 최저임금에 대한 양쪽의 토론으로 진행했다. 토론은 판(프레임)을 눈여겨 봐야 한다. 문제는 ‘문제설정’이다. 양자 구도가 아니라 다자(삼자) 구도로 진행하거나 여야 정치 공방이 아니었다면 다른 양자 구도가 가능했을 것이다. 핵심은 양극화를 초래한 한국 경제 불평등의 원인에 두어야 했다. 경제 불평등의 원인에 대한 질문에 이어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세계적인 추세와 다양한 해법에 대한 소개와 토론이 오히려 필요했다. 핵심은 경제 불평등으로 인한 양극화의 원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질문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 문제는 ‘문제설정’ 능력이다. 더 근원적인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토론 되었다면 ‘최저 임금과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과정으로서의 정책이 갖는 실효성뿐 아니라 놓치고 있는 부분을 부각하면서 좀 더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유시민을 오른쪽으로 밀어내면서, 중간 합의를 도출하면서도 더 적극적으로 논쟁을 확산할 수 있는 왼쪽 판,이나 제3의 가능성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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