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철규 시인

by 기성



신철규는 아슬아슬하다. 상투와 참신 사이를 어지럽게 오간다. 시집 읽으며 이 사람, 참 착하다 혹은 오지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사는 시대 '사람 착한 것'은 욕에 가깝다. 착하고 순진한 것이 질병처럼 여겨지는 시대가 문제다. 시가 곧 사람같은, 사람 됨됨이를 자주 드러내거나 드러나게 하는 시는 위험하다. 가령,



십자가는 높은 곳에 있고

밤은 달을 거대한 숟가락으로 파먹는다


한 사람이 엎드려 울고 있다


눈물이 땅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으려고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받고 있다


문득 뒤돌아 보는 자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갈 때

바닥 모를 슬픔이 눈부셔서 온몸이 허물어질 때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 밖에 없다


눈을 감으면 물에 불은 나무토막 하나가 눈 속을 떠다닌다


신은 그의 등에 걸터앉아 있기라도 한듯

그의 허리는 펴지지 않는다


못 박힐 손과 발을 몸안으로 말아넣고

그는 돌처럼 단단한 눈물방울이 되어간다


밤은,

달이 뿔이 될 때까지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는다

(‘눈물의 중력' 전문, 25쪽)



하도 슬퍼서 밤새 울어 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문장들이다.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 밖에 없다"란다, 뻔하다, 근데 무슨 말인지 알겠고 어떤 다른 말이 필요하나 싶다. 우리 주변에는 어떤 이유에서든 '무거운 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하도 울다보면 눈이 쓰리고 아프다. 마치 눈에 "물에 불은 나무토막이 눈 속을 떠다니는 것”처럼 말이다. 이것도 뻔하다. 그치만 어쩌라고. 꺼이꺼이 울어 본 사람은 안다. 슬픔의 절정, 젊은 예수가 짊어진 십자가가 생각나고 소돔과 고모라를 탈출하던 밤, 롯의 심정을 떠올린다. "못 박힐 손과 발을 몸 안으로 말아넣고" 예수는 겟세마네에서 울었다. 기도한 게 아니라 웅크리고 밤새 치를 떨었다. 밤이 달을 숟가락으로 파먹어 너덜너덜 해진다. 밤은 깊어가고 날은 여지없이 밝는다.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돌이킬 수도 없다. 세상은 여전한데 나만 슬프다. 모든 슬픔이 지독한 이유다. 그래서 슬픔은 이겨내는 게 아니다. 끝까지 슬퍼하는 것이다. 애도는 끝까지 옆에 남아 그저 곁에 있겠다는 태도다.


신철규 첫,시집은 수줍고 착하고 설렘으로 가득하다. 슬픔과 아픔을 자주 노래하는데 그렇게 읽힌다. 오랜 만에 읽히는 시집, 또 수많은 생명이 스러졌는데도 어처구니없이 어지러운 나날, 며칠 만에 후루룩 읽었다. 맘에 쏙 드는 단 한 편을 만나려고 시집을 읽는다. 외울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시집에 끌린다. 말이 많건 적건 솔직한 시집, 솔직해서 아찔한 시집, 진심과 부끄러움 묻어나는 시가 좋다. 신철규,가 좋았다.

매거진의 이전글김수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