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했던 개, 율리시즈>(현대문학, 2002)
이 책은 로제 그르니에가 반려견을 핑계로 자신의 방대한 독서 편력을 은근 슬쩍 자랑하는 에세이집이다. 폴 발레리를 시작으로 끊임없는 작가들과 책 이야기가, 그야말로 줄줄줄 쏟아진다. 로맹가리가 등장하고 카뮈가 나오고 역시나 카프카를 거쳐 앙드레 지드까지, 입을 다물 수가 없었지만 거기까진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다니자키 준이치로'를 인용한 대목에선 신음 소리를 냈다.
‘로제 그르니에, 이 양반 대체 뭐지?’
“하늘의 보호를 받을 수 없을 바에는 개의 보호를 간구하는 편이 옳을지도 모른다.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이야기하면서 초등학교에 다닐 때 벌써 글씨를 쓰던 붓이 다 닳으면 덴진신사에 가서 그곳을 지키는 돌로 깎은 개들의 발자국 사이에 붓을 갖다 끼워놓곤 했다고 술회한다. 그것이 그 지방 풍습이었다. 덴진이 글 쓰기에 통달하도록 해준다고 믿는 것이다. 돌로 다듬은 개들이 어쩌면 일본의 가장 위대한 작가들 중의 한 사람의 소명을 결정해준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다니자키 준이치로까지 읽는다’ 이거지,
아무튼•여하튼 여러모로 괘씸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