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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성 Nov 09. 2022

황정은,이라는 소설가

<아무도 아닌>(문학동네, 2016)



황정은(책)이 나올 데가 되었는데,라며 기웃거린다. 연작소설 <연년세세>가 나오고도 2년이 지났다. 내년 봄에나 만날 수 있을까. 치밀하게 이야기를 꾸며내고 꾸려가는 작가가 있다. 인물을 그리고 세계를 창조해대는 이야기꾼들,에게 탐복하지만 거기까지다. 말을 줄이고 없애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이라기 보다 끄적이고 낙서하기 시작했다. 삶은, 인생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들이 흘러 넘친다는 사실을 조금 알고나니 새삼스러웠다.



"버스 탈 수 있을까


눈이 어두운 사람들로서

고개를 한껏 꺾어서 올려다본다


그래 봐야 같은 서울인걸.


정거장 표지판에 붙은 노선도를 보는데

해가 지고 있다


부고도 없는데

누가 죽은 것처럼

버스 한 대가 지나간다"

(김이강, '석양의 버스' 전문, <타이피스트>, 민음사, 2018, 45쪽)



멈칫하고 우물쭈물하는 글,이 있다. 황정은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읽고 또 다시 읽어도 새롭다. 모르겠다가 아니라 알겠지만,이다. 알겠는데 모르겠다,가 아니라 알겠지만 모르는게 낫겠다,다. 모르는게 나을지는 몰라도 알고 싶다,거나 알고 싶어도 알 수 없는 게 아니라 알만큼 아는데 어쩌라는 말인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없고 잊힌 이들에게서 사건,은 증언(구술•이야기)될 뿐이다. 전문가•분석가들의 욕망은 사건을 이야기로 만든다.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두 이야기는 같을 수 없다. 황정은이 시적인 이유, 이야기 하지 못하는 이유다. 어떤 소설가들은 이야기꾼이지만 어떤 소설가들은 영매(에 가깝)다. 듣고 받아 적는 이들, 황정은에게서 이야기가 늘어간다. 황정은이 조금 더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황정은 소설을 읽으면서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은 '버젓이'라고 되뇌일 것이고 사랑하는 사람은 '담담히'를 떠올릴 것"이다.


“어쨌든 모두가 돌아갈 무렵엔 우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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