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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성 Nov 18. 2022

<뺑반>, 결과적으로 실패작

<뺑반>(한준희, 2019)



속상하다. 한준희 감독이 연출한 <차이나타운>(2014)은 보기 드물게 매력적인 두 여자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런데도 요새 말로 고작 백만 초반 관객이 들었다. <뺑반>도 마찬가지다. 같은 시기 개봉한 다른 형사 영화가 기록을 갈아 치웠다. 가벼움과 진지함이 부딪치면 진지함이 판판이 깨진다. 가벼움을 탓하는 게 아니다. 진지함이 무얼 잊고 있는지 누구를 모르고 있는지 아프게 돌아봐야 한다. 한국 사회는 팍팍하고 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영화관에서 만이라도 실없이 웃고 싶은게 당연하다. <뺑반>도 전형적이고 아쉬운 구석이 있지만 캐릭터들과 각본, 찍음새 등 꽤나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이 가득이다.





노력은 자주 배신 당한다. 시기가 겹친 탓에 둘 중 하나를 고른다면 그냥 아무 생각없이 웃다 나올 수 있는 거 고르는 게 맞다. 일상이 피곤한데 영화 보면서까지 머리 쥐어 뜯는게 말이나 되나. <뺑반>류에 대한 피로감도 있는게 사실이라도 비운의 띵작 탄생이었다. <극한직업>이 별로인게 아니라 그래서 <뺑반>이 더 아쉬웠다. 2015년 3월 이병헌 감독 영화 <스물>이 개봉했다. 3백만, 4월에 한준희 감독 <차이나타운>도 개봉했다. 반올림해서 150만, <스물>도 매력적이었지만 <차이나타운>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래도 결과는 뻔했고 아쉬웠다. 그 해 8월 류승완 감독 <베테랑>이 개봉했다. 천삼백만. 이병헌 감독이 다 내려 놓으니까 <극한직업>은 물건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한준희 감독이 영화를 계속 만들 수 있길 바란다. <뺑반> 2탄 꼭 나오길. <뺑반>에 이런 캐릭터들 이만한 카체이싱 그냥 나오는게 아니다. 한준희 감독은 어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액션의 쾌감보다 캐릭터 구축에 더 애쓰고 집중했다". 전혜진은 믿음직했고 공효진은 매력 넘쳤다. 조정석도 애썼지만 류준열은 매번 성장과 변화를 멈추질 않는다. 2019년 초 CJ는 대박냈고 쇼박스는 배 아팠고 속 쓰렸다. 한준희 감독은 이후 <D.P>(2019)로 보란듯이 건재함을 과시했다. <D.P> 시즌 2도 이미 확정이 났다. 하지만 <뺑반>이후 차기작 소식은 아직 없다. 극장에서도 속히 만나길 바란다.


흥행은, 결국 운인가? 그럴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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