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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醱酵)란?

발효, 설탕추출액, 효소

by 하얀술

발효(醱酵)란?

최근 모 농업기술센타 강좌중에 발효청, 퓨전 식초라는 강좌명을 보고 의아했다. 확인하지는 않았으나 발효청이란 설탕추출액을 표현한 것으로 짐작되나 퓨전 식초는 도대체 짐작불가한 표현이다. 내가 알고 있는 발효를 간단히 정리해 본다.


사전적 의미의 발효(醱酵, fermentation, 문화어: 띄우기)는 넓은 의미로는 미생물이나 균류 등을 이용해 육종하는 과정을 말하고 좁은 의미로는 산소를 사용하지 않고 에너지를 얻는 당 분해과정을 말한다. 어렵다.

쉽게 말하면,사람에게 이로우면 발효(fermentation), 쓸모없으면 부패(putrefaction)라고 한다. 많은 경우 발효는 탄수화물이, 부패는 단백질이 분해될 때에 일어난다.


사실 발효 식품의 대부분은 그야말로 우연히 발견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대부분의 발효 식품들은 지금처럼 얼음이니 냉장고니 하는 식자재를 최상의 상태로 보존할 수단이 흔치 않았던 시절에 식자재를 보관하다보니 그게 변질되었고 그걸 아까워서 그냥 먹거나 이런저런 방식으로 조리해 먹어보니 먹을만해서 아예 하나의 정식 식품으로 자리잡게 된 것들이다. 발효식품의 효능이 밝혀진 것은 한참 나중의 일이다.

앨빈 토플러가 발효식품을 소금맛, 향신료맛에 이은 제 3의 맛이라고 칭찬했다고 유독 한국 미디어에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론 그런 말을 했다는 근거를 그의 저서나 강연록에서 찾아 볼 수가 없다. 그와 별개로 간혹 생식, 화식에 이은 제 3의 조리법이 발효식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어찌되었던 간에 발효라는 요리방법의 발견으로 음식의 역사에서 새로운 장이 시작되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대표적인 발효 음식으로는 술, 식초, 김치, 치즈, 요구르트 등이 있다. 발효 음식은 영양면에서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확한 효능이 밝혀지지 않은 발효식들도 많아서 주의가 필요하다.

집에서 발효를 하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리처드 다트(Dr. Richard C. Dart)는 자신이 저술한 <의학적 독극물 Medical Toxicology>이라는 책에서 "집에서 발효하는 콤부차(홍차버섯)는 온갖 유해한 미생물에 오염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반대로 식품운동가이자 작가인 샌더 카츠(Sandor Ellix Katz)는 발효의 관행과 문화를 더욱 중시해서, 저서 <Wild Fermentation: The Flavor, Nutrition, and Craft of Live-Culture Foods 야생의 발효: 생배양 음식의 맛과 영양, 그리고 기술>(국내에서는 <내 몸을 살리는 천연발효식품>으로 번역)에서 이런 두려움에 대해 비판했다. "많은 사람들이 발효음식을 만들려면 어떤 비법이 있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발효제품의 균일한 성질은 철저한 화학적 살균, 정확한 온도 관리, 그리고 통제된 배양 과정에 따른 것인데, 그러다보니 모든 발효 과정이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널리 퍼졌다. 맥주나 와인 제조에 대한 글은 이런 오해를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전문지식을 숭배하는 태도에서 벗어나라고 말하고 싶다. 두려워하지 말자. 마음먹지 못할 이유가 없다. 기술 때문에 과정이 복잡해지기 훨씬 전부터 발효는 존재했다. 발효에는 특별한 장비가 필요하지 않다. 온도계조차(도움은 되겠지만) 필요 없다. 발효는 쉽고 신난다. 누구나 할 수 있다. 미생물은 일정하지 않으며 적응력이 뛰어나다. 발효 과정에 대해 배울 때는 그런 미묘한 차이를 터득해야 하며,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어느 순간 저절로 익히게 된다. 하지만 기본적인 과정은 단순해서 복잡할 게 없다. 누구나 할 수 있다."

음식 발효는 크게 알콜 발효, 식초 발효, 젖산 발효로 나뉜다.


알콜 발효 : 술
당을 효모가 먹고 알콜과 탄산을 만드는 걸 알콜 발효라고 한다. 정확히 말하면 산소가 없거나 부족한 상태에서 효모가 포도당을 분해하여 알콜(에탄올)과 이산화탄소를 생성하는 과정이다. 알코올 발효의 생성물(포도당 1분자당)은 2에탄올, 2이산화탄소, 2ATP이다.


C6H12O6(포도당) -> 2C2H5OH(에탄올) + 2CO2 + 2ATP


아세트산 발효 : 식초
만들어진 알콜(술)은 사람만 먹는게 아니다. 아세트산균도 술을 먹는다. 아세트산 발효란 산소가 있는 상태에서 아세트산균이 술을 먹고 아세트산과 물로 변화시키는 과정이다. 알콜 발효와는 달리 산소가 이용되지만, 에탄올이 이산화탄소와 물로 완전히 분해되지 못하고 불완전 분해되어 중간 산물인 아세트산이 남기 때문에 발효로 구분한다. 아세트산 발효의 생성물(에탄올 1분자당)은 1아세트산, 1물, 알코올 발효나 젖산 발효에 비해 다량의 ATP로 분해된다.


C2H5OH(에탄올) + O2 -> CH3COOH(아세트산) + H2O + 에너지(ATP)


흔히 오래둔 식초가 물이 되었다며 하소연하는 경우가 있는데 식초 발효 후 식초를 살균해 보관하지 않으면 아세트산 발효에 의해 물(H2O)이 생기므로 식초가 물이 되는 것이다.

젖산 발효 : 김치, 치즈, 요구르트
인류는 음식을 오래 보존하기 위해 발효를 식품에 이용했다. 김치,치즈,요구르트 등등의 발효 식품에
중요한 발효 과정이 젖산균(유산균)에 의해 젖산이 만들어지는 젖산 발효이다. 젖산 발효란 산소가 없거나 부족한 상태에서 포도당을 분해하여 젖산을 생성하는 과정으로 주로 젖산균에 의해 일어나며, 사람의 근육 세포에서도 일어난다. 젖산 발효의 생성물(포도당 1분자당)은 2젖산, 2ATP이다.


C6H12O6(포도당) -> 2C3H6O3(젖산) + 2ATP


알콜 발효, 아세트산 발효, 젖산 발효 분자식을 보면 이 세 종류의 발효가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것과 함께 서로 다른 발효 결과물을 생성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알콜 발효로는 맥주, 와인, 막걸리 등의 술을 아세트산 발효로는 식초를 젖산 발효로는 김치, 치즈, 요구르트 등의 식품을 얻게 된다.

다시 발효란?
발효의 발(醱)자는 술이 괴다(만들어지다)라는 의미다. 효(酵)자는 삭히다라는 의미이다. 여기서 발(醱)은 피동의 의미이고 효(酵)는 능동의 의미로 효(酵)가 발(醱)을 시키는 것으로 해석하면 틀리지 않는다. 즉 효(酵)는 발효를 시키는 주체로 효소를 의미하며 발효에는 효소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맥주나 빵을 만들 때 사용하는 효모(酵母, 이스트)도 곰팡이, 세균 등과 같은 미생물의 일종이지만 효소(酵)의 모체(母)라는 이름처럼 효소덩어리이다.

발효란 미생물에 의해 유기물이 분해되는 과정을 말한다. 이때 특정 유기물이 분해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효소가 필요하다. 효소는 모든 생물체 내에 무수히 존재하는데 우리 몸에도 2000여종 이상의 효소가 있다고 한다. 각각의 효소는 대사과정 동안 곳곳을 밝히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특정 부위를 밝혀주는 효소는 서로 달라 효소A는 방A를, 효소B는 방B를 밝히는데 사용된다. 예를 들면 프로테아제는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하는 일만 하고 아밀라제는 전분을 포도당으로 분해하는 역할만 한다.

발효는 특정 미생물들의 생육을 통해 미생물이 체내에 갖고 있는 효소를 이용해서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이다. 특정 재료와 함께 설탕을 넣어 만든 것을 발효청이나 발효효소 혹은 효소로 명칭한다. 허나 특정 재료에 거의 동량의 설탕을 함께 넣어 만들어진 액(液)에서는 미생물이 살 수 없기 때문에 발효가 일어나지 못한다. 또 우러나는 성분 역시 삼투압에 의한 조직 내 수분만 조직 밖으로 빠져나오기 때문에 수분 이동만 일어난다. 매실에 설탕을 넣어 추출액을 얻으면 매실의 과육이 쪼글쪼글해지는 이유이다.

설탕은 이당류이다. 특정 재료에 설탕을 넣어 설탕 추출액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당류인 설탕이 포도당이나 과당과 같은 단당류로 바뀌기 때문에 설탕 추출액은 과장된 미디어의 경고처럼 설탕물은 아닐지라도 유효성분이나 효소는 거의 우러나지 않는다. 우러난다 해도 극히 미량이다. 효소는 고분자단백질로 식물의 세포벽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설탕 추출액을 효소라고 표현할 수 없는 이유이다. 또한 설탕 추출액을 만드는 과정 어디에서도 알콜 발효나 아세트산 발효, 젖산 발효도 진행되지 않으니 역시 발효청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적당하지 못하다.


발효청이나 퓨전 식초가 우리가 납득할만한 연구 범위 내에서 정해진 표현이길 바란다.


https://ia800209.us.archive.org/15/items/WildFermentationSandorEllixKatz/Wild%20Fermentation%20-%20Sandor%20Ellix%20Katz.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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