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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술 Mar 23. 2017

쌀 300석으로 술을 담았다고? 정말일까?

오늘 서로 비교하면 딱 맞춤인 두 개의 술 관련 글을 봤다. 전문은 생략하고 추려본다.

하나
솔송주는 정여창의 가문에 500년간 비법이 전해 내려오던 전통 가양주다. 학문이 높았던 정여창 선생의 집에는 선비의 방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때 손님들에게 내놓은 가양주가 바로 솔송주다. 정여창 선생 집안에서 빚은 술은 임금에게 진상될 정도로 유명했다. 술을 빚기 위해 들어간 쌀이 많게는 한 해 300석에 달할 정도였다고 한다.
(원문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7&no=186876)

하나
쌀의 알코올 수득량 기준해서 위의 약주 알콜 13% 기준하면 쌀 300석 기준 술량은 얼추 16만리터가 넘는 양이 된다. 이는 요즘 500ml 한병 기준할때 33만여 병에 가까운 양이다. 돈으로 환산하면 한병 1만원으로 계산하면 3백30억원, 2만원으로 계산하면 6백억원이 넘는다.
(쌀의 알코올 수득량 기준 원문 https://www.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913638012071970&id=100002773406569)

쌀 300석이면 얼마야?
술 값 계산이 어머어마해서 술 이전의 쌀 값으로 살펴본다. 옛날 부자의 척도(尺度)는 옛날 부자는 소유하고 있는 토지에서 일 년에 쌀을 얼마만큼 수확하는지가 그 척도였다. 천석꾼과 만석꾼이란 말이 여기에서 생겨났다.

쌀 300석은 현재가치로 하면 얼마 정도나 될까. 석(石)은 척관법(尺貫法) 단위이다. 한석(한섬)은 신라때 부터 쓰였으며 성인 한 사람의 1년간 소비량 또는 장정 한 사람이 짊어질 수 있는 양을 말한다. 한 섬은 용량 180리터로 곡식의 종류나 상태에 따라 무게가 달라지는데 벼는 200kg, 쌀은 144kg, 보리쌀은 138kg이다. 현재의 한섬은 열말이지만, 신라시대에는 15말이었으며 신라시대 부피의 단위인 섬(苫:15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1섬은 1말의 10배) 쌀 한섬(한석과 같은말)의 섬이라는 말은 부피를 측정하는 순수 우리말로 섬은 탈곡하기 전의 벼로 약간의 오차가 있겠지만, 홉, 되, 말, 가마, 섬 기준으로 따지게 되며 약 144Kg에 해당한다. 따라서 우리가 쓰는 ㎏으로 환산하면 1석(石)은 144㎏이 된다. 그러니 300석은 4만3200㎏에 해당하고, 쌀 한 가마니가 80㎏이니 가마니로 나누면 총 540가마니가 된다. 등급에 따라 다르지만 현재 쌀 20㎏ 시세가 평균 5만원 정도이니 한 가마니는 20만원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쌀 300석은 시가 약 1억800만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 쌀이 지금보다 훨씬 더 귀했기 때문에 단순 시세비교는 어려울 것이다.

300석의 현재가치를 추정해보는 다른 방법이 있다. 조선조 정조 때 이긍익(李肯翊·1736~1806)이 쓴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이란 책에 보면 조선조 세종 때 관리들의 녹봉(祿俸), 즉 월급이 계급별로 나뉘어 기록돼 있는데 당시는 돈이 아니고 현물 곡식인 쌀, 보리, 콩이 지급됐다. 1년 녹봉으로 정1품(영의정, 좌·우의정)은 쌀 11석(石)2두(斗), 그리고 콩 6석(石)을 지급받았다. 쌀값 대비 콩값(약 12배)을 감안해 모두 쌀로 환산하면 총 83.2석이 된다. 2014년 기준 국무총리 연봉이 1억5200만원이니 이를 대입해 보면 300석의 현재가치는 약 5억4800만원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금액의 정확성을 차치하고라도 아무튼 정여창 선생의 형편으로는 절대 구할 수 없는 금액임이 틀림없다.

영의정 1년 녹봉이 쌀 11석 조금 넘는데 정여창 선생네서는 술 쌀로 1년에 300석을 썼다? 밥을 먹지 않고 술만 빚었다해도 영의정 30년 녹봉에 해당하는 술쌀 소비가 가당키나한가?

전통주 관련 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통과 관계된 구전이나 글에서 종종 보는 현상중 하나이다. 납득하기 여려운 예시는 전체를 신뢰하기 어렵게 한다. 특히 계량, 수량, 숫치의 황당한 추정이나 예측은 조심해야할 부분이다.

궂이 계산해 보지 않아도 술을 빚으려면 300석(540가마) 술쌀을 발효하기 위해서는 누룩이 술쌀의 30-50%가 필요했을터이니 밀누룩도 100석(180가마) 이상이 필요했다는 뜻이 된다. 정여창 선생의 부가 최소한 천석꾼이었다 해도 술쌀로 예시하기엔 마땅치 않은 예시다. 혹여 후손들이 이런 예시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대로 옮기기에는 마땅치 않다.

전통, 구전의 함정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아니 더 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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