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 벽사주
창포주
창포주는 단오 무렵에 마시는 봄철 대표 세시주이다. 창포를 넣어 술을 빚기도 하지만 누정이나 물가에 나아가 야음을 하면서 물가의 창포를 뜯어 술에 띄워 마셨다. 창포 향기는 물론 단양端陽의 좋은 절기를 시詩와 함께 감상하고자 한 사대부와 선비, 시인 묵객들의 시주풍류詩酒風流에서 유래한 창포주는 초백주나 국화주와 더불어 현장성과 즉흥성을 수반하는 음주풍속의 산물이다.
형초세시기에는 5월 5일을 욕란절(浴蘭節) 또는 단오(端午)라 하고, “오월(五月)을 세속에서 나쁜 달[惡月]이라 한다.”라고 하였다. 5월은 오월(午月)이며 하짓달이다. 동짓달[子月, 11월]과 하짓달[午月, 5월]을 연결하는 자오선(子午線)은 일년의 음양을 나누어주는 축으로 동짓달[괘명은 지뢰복(地雷復), +]의 동지가 되면 양(陽)이 조금씩 증식하여 새로운 하나의 양이 밑에 싹트고, 동지에서 하지의 방향은 음에서 양으로 가는 방향이다. 하짓달[괘명은 천풍후(天風姤), +]의 하지에 이르면 4월의 완전 양인(+)에서 점차 음(陰)이 조금씩 증식하여 새로운 하나의 음이 밑에 싹튼다. 동지부터 해가 조금씩 길어지고 하지부터는 밤이 조금씩 길어진다.
해가 짧아지는 5월[午月]부터 11월[子月]까지의 시간은 음(陰)의 궤(軌)이다. 양(陽)을 남(男)과 불[火]로 환원한다면 음(陰)은 여(女)와 물[水]이 된다. 일년의 추이(推移)에서 5월[午月]은 때의 흐름을 음의 방향인 반대 방향으로 크게 변화시키는 중대한 전환점이다. 이 전환이 무사히 이루어져야만 순조로운 추이도 기대할 수 있다. 창포주는 중대한 전환을 자연에 맡기지 않고 인간 쪽에서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행위가 시식으로 연결된 것이다.
5월을 시작으로 해서 점차 많아지는 음(陰)은 음성의 귀(鬼)와도 연결되고, 음성의 귀는 질병을 일으키기도 하다. 양기가 극에 달해 있던 4월을 지나 5월에 이르면 음기가 싹터 양과 음의 기(氣)는 서로 싸우기 시작하면서 점차 음이 많아진다. 따라서 5월은 나쁜 달[惡月]이다. 질병은 음(陰)인 귀(鬼)가 일으킨다고 생각했으므로 창포주를 마심으로써 질병을 퇴치하고자 했던 것은 귀(鬼)를 쫓으려 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출발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조상들의 음주풍속 가운데 풍류를 빼놓을 수 없다. 여인들이 그네를 뛰고 창포를 깎아 비녀로 꽃아 단오를 즐겼다면 남성들은 창포주를 즐겨 마셨다. 특히 대궐에서는 신하들이 대전과 중궁전에 창포주를 올리고 축수祝壽하는 풍속이 있었고, 왕이 친히 창포주를 내리는 선온宣醞 풍속이 있었다. 사대부와 시인 묵객들이 단오 명절을 즐기기 위해 모인 현장은 대개 물가와 누정이었다. 삼삼오오 모인 자리에서 가져 온 술동이나 술잔에 창포잎을 머리칼처럼 가늘게 썰어서 띄워 주향酒香에 더하고, 그렇게 창포향菖蒲香을 감상하는 음주풍속을 단오음端午飮·창포음菖蒲飮 또는 창포주음菖蒲酒飮이라고 했다. 이는 옛사람들이 덥고 습한 여름철에 대비하면서 방향芳香으로써 잡귀를 쫓고자 한 벽사풍속辟邪風俗의 일종이었다.
창포잎을 손바닥에 놓고 비비면 독특한 향기가 시원함을 느끼게 해 준다. 그뿐만 아니라 창포뿌리에는 이질, 풍한, 습비를 다스리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음력 5월 5일 단오 때 창포즙을 넣은 술을 마시면 급성 전염병의 하나인 온역(瘟疫)을 예방할 수 있다고 믿었다.
연원 및 용도
중국 양(梁)나라의 종름(宗懍)이 6세기경에 지은 『형초기(荊楚記)』를 7세기 초 수(隋)나라의 두공섬(杜公贍)이 증보하고 주석을 붙인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는 5월 5일에 창포를 자르거나 가루를 내서 술에 붓는다고 했다. 급성 전염병의 하나인 온역을 예방할 수 있다고 믿어서 후한(後漢) 이후 단오 때 창포주를 마셨다.
정몽주의 『포은집(圃隱集)』, 이색의 『목은집(牧隱集)』에 창포주(菖蒲酒)에 대한 시가 적혀 있다. 고려후기의 문인 이제현(李齊賢)은 「단오(端午)」라는 시에서 객지에 오래 머무르니 명절이 되면 놀란다고 하면서 술집에 가서 창포주를 마시노라고 읊조렸다.이는 적어도 고려 말에 단오의 시식으로 창포주를 널리 마셨음을 의미한다. 이후 서거정의 『사가정집(四佳亭集)』, 황섬의 『식암집(息庵集)』 같은 시문집에도 ‘단오창포주(端午菖蒲酒)’가 등장하므로, 고려에 이어 조선 전기에도 창포주 마시는 행사가 성행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 유중림(柳重臨)이 저술한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의 「증보사시찬요(增補四時纂要)」에는 매월 절기에 맞는 음식 이름이 적혀 있는데, 5월에는 창포주와 창포근(菖蒲根)이 나온다.
이 풍속이 조선에 전해져서 조선 왕실에서는 단오에 창포주를 마셨다. 태종은 의학지식이 풍부했던 황자후(黃子厚)에게 창포주를 만들도록 하였다. (태종실록 14년 4월 8일). 1639년(인조 17)에는 내자시(內資寺)에서 관례대로 단오에 인조에게 창포주를 올렸는데, 가뭄이 심하므로 창포주를 받을 수 없다고 거절하였다.(인조실록 17년 5월 4일).
만드는 법
조선시대 요리책에 창포주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서유구(徐有榘)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서는 『삼산방(三山方)』을 인용하여 5~6월경에 창포 뿌리를 캐어 즙을 낸 다음 찹쌀로 지에밥을 쪄서 누룩과 합하여 빚는다고 했다. 또 다른 법으로 단오 며칠 전에 창포 뿌리를 잘 익은 청주에 넣어 두었다가 마신다고 했다.
창포주가 질병, 곧 귀(鬼)를 퇴치하려 한 데에서 출발한 것과 같이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석창포뿌리 즙 다섯 말에 찹쌀 다섯 말을 넣고 삶은 후, 고운 누룩 다섯 근과 고루 섞는다. 술은 일반적인 방법대로 숙성시켜 가라앉힌다. 그 웃물을 오래 복용하면, 신명을 통하게 되고, 오래 살게 된다.”라고 하여 창포주의 효능을 설명한 것을 볼 수 있다.
창포주는 고사신서攷事新書를 비롯하여 고사십이집攷事十二集, 동의보감, 농정회요農政會要, 양주방, 임원십육지, 주찬酒饌, 학음잡록鶴陰雜錄에 제조법이 수록되어 있다. 이 가운데 고사신서, 고사십이집, 농정회요, 양주방, 학음잡록에 실린 창포주 빚는 법이 동일하다. 단양주법으로 빚는 창포주는 고두밥과 누룩에 창포를 짓찧어 만든 창포즙을 섞어 발효시킨다. 양주방과 주찬에는 청주에 창포 뿌리를 담가서 우려 마시는 침지법과, 침지법으로 만든 창포주에 다시 고두밥을 지어 넣고 발효시키는 특이한 주방문도 볼 수 있다.
양주방釀酒方에는 “하루 세 번 씩 너홉들이 잔으로 따뜻하게 데워 마시면 늙지 않고 튼튼하여지며, 정신이 좋아진다.”라고 하였고,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에는 “풍으로 마비된 것을 풀어 주며 혈액순환을 돕고 뼈가 저린 것이 치료되며 눈과 귀를 맑게 한다.”라고 하였다.
주찬에는 “창포뿌리 잘게 썬 것을 그늘과 햇볕에 말려서 명주 주머니에 넣어 청주 한 말에 담가 단단히 봉해 둔다. 3개월 후에 보면 색깔이 푸르다. 곧바로 생동찰 한 말을 푹 쪄서 넣는다. 단단히 봉해 두었다가 7일 후에 쓴다. 이 술을 마시면 36가지의 병이 저절로 없어진다. 또 풍증도 치료된다(菖蒲酒 菖蒲根細切陰陽乾之以紬袋褁而浸之於淸酒一斗中堅封三朔後視之色靑則粘靑梁米一斗熟烝添入又堅 封七日後用之則三十六病自消而又療風症).”라고 하여, 창포주를 마시면 36가지 질환이 치료될 뿐만 아니라 중풍도 고칠 수 있다고 하였다.
한편 이미 빚어 둔 부의주나 춘주, 막걸리 등에 창포잎을 띄워 마시는 방법도 선호되었다. 조선 전기 시인 소세양蘇世讓(1486~1562)의 <임자중오壬子重午>라는 시를 보면 “오늘이 바로 단오이니 소년들이 무리 지어 즐겁게 노네. 거리마다 다투어 씨름을 하고 나무마다 그네를 뛰네. 잔에 창포를 띄워 따뜻하고 문에는 애호를 엮어 달았네. 노인 하는 일이 무엇인가, 밤새도록 책 덮고 잠자는 것이네.”라고 하여 창포를 띄운 술을 단오에 즐겼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오도일吳道一(1645~1703)의 시 <대전 단오첩大殿端午帖>에서도 “창포를 오래 묵은 술에 띄울 제, 석류는 5월에 꽃 피우네. 금화전에서는 부지런히 한낮에 강의하니, 시대의 운수가 형통하게 되었네.”라고 읊은 것으로 미루어 궁에서도 단오에 창포주를 즐긴 ‘창포주음’의 현장과 즉흥성을 엿볼 수 있다.
참고문헌
*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 『동문선(東文選)』
*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
하얀술 창포주 : 부의주
1. 10리터 용기를 준비합니다.
2. 용기에 4리터와 하얀술 900g 을 넣고 고루 섞어줍니다.
3. 24시간 후에 찹쌀 1kg로 고두밥을 해서 덧술합니다.
4. 실온(18-25도)에서 48시간 발효시켜 밥알이 동동 뜨는 부의주를 얻습니다.
5. 냉장 보관해두었다가 단오날 창포잎을 띄워 즐깁니다.
하얀술 창포주 : 마시는 이화주
1. 10리터 용기를 준비합니다.
2. 용기에 4리터와 하얀술 900g 을 넣고 고루 섞어줍니다.
3. 실온(18-25도)에서 24시간 발효시켜 마시는 이화주를 얻습니다.
4. 냉장 보관해두었다가 단오날 창포잎을 띄워 즐깁니다.
참고
창포주는 막걸리, 맑은술, 부의즈등 모든 종류의 곡물 발효주에 창포잎을 띄워 마시는 현장+즉흥주로 즐긴 세시주이다. 창포주 양조법으로는 창포즙을 이용해 누룩이나 주재료 처리에 사용하거나 창포 말린 것을 해당 술에 침지하는 방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