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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술 Sep 14. 2020

자가양조의 품격

제사주

자가양조의 품격


슈퍼의 차례주

우리나라 술 용도 중 필수 용도인 제사술의 의미는 고인과 산사람을 잇는 중요한 통로이다. 슈퍼에는 차례주라는  용도를 명기한 제사술이 여럿 출시되어 있다.

예담 차례주
유네스코가 지정한 인류무형문화유산 '종묘제례'에 12년째 전용 제주로 사용되고 있는 100% 순수 발효주로 부드럽고 깔끔해 차례 음식과 잘 어울린다.

백화수복
75년 전통의 대한민국 대표 청주. 100% 국산 쌀을 이용해 저온 발효 공법과 숙성 방법으로 청주 특유의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살렸다.

경주법주 차례주
신라 시대부터 내려온 비법에 현대적 기술을 사용한 부산과 경남 지역의 대표적인 차례주로 전통 계량 누룩과 100% 국내산 쌀로 만들었다.

배상면주가 차례술
정통의 생쌀 발효법으로 빛으 술로 느끼한 맛이 없고 저온에서 숙성해 맛과 향이 어우러진 전통 제례주.

슈퍼에 차례술이 명기되어 판매될 정도로 우리 제사주 문화는 보편적인 문화 양식이다.

제사술의 의미

제사때 하는 행위로 향 피우기와 술 붓기가 있다.

하늘에 있는 혼을 불러오기 위해 분향을 한다. 향을 피우는 이유는 향의 연기와 냄새가 하늘 높이 퍼져 하늘에 계시는 혼을 불러오는 것이다. 따라서 제사에 맨 먼저하는 것이 분향(焚香)하는 것이다. 또한 문상을 가거나 참배를 할 때 분향을 하는 이유가 바로 혼을 부르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제사를 지낼 때 대문과 방문을 열어두는 것도 혼이 들어오게 함이다.

땅속에 있는 백을 불러오기 위해 땅에 술을 붓는다. 백(魄)을 부르기 위해서는 술을 땅에다 3번 나누어 붓고 두 번 절을 한다. 땅에다 술을 붓는 이유는 백이 땅속에 묻혀 있기 때문에 술이 땅 속으로 흘러 들어가 백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성묘를 갔을 때에는 술을 땅에다 부을수 있지만, 집안에서 제사를 지낼때에는 땅이 없기 때문에 그렇다고 방바닥에 술을 부을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그릇에 흙과 풀을 담아 땅을 대신하는 것이다. 이렇게 흙과 풀을 담은 그릇을 모사(茅沙-풀과 모래) 그릇이라 부른다. 즉 그릇에 황토 흙이나 가는 모래를 담고 그 위에 풀을 담는 그릇이다. (풀 대신 성묘시에 묘소 주변의 흙을 퍼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실내에서 제사를 지낼 때에는 이런 모사 그릇을 향을 피우는 향로 옆에다 둔다. 이와같이 혼백을 부르는 절차를 강신(降神)이라고 부른다.

가양주 

옛어른들은 집집마다 술을 만들었다. 이를 가양주라고 한다. 가양주의 쓰임은 첫째가 제사주였고 그 다음이 반주나 손님 접대술이었다. 유흥을 위한 술은 술집에서 만들었다. 아무리 곤궁해도 술집에서 만든 술을 제사술로 사용하지 않았다. 반주나 손님 접대술은 여인들이 만들었으나 제사술만은 반드시 제주가 만들었다. 제주가 술 담는 과정에는 여인들이 일절 참여할 수 없었다.

요즘의 자가양조는 취미나 뽐내기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보인다. 자가양조를 하는 사람들 조차도 제사술은 슈퍼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술 만들기를 시작한 이유는 미카엘과  요셉이 세계 속의 훈장이 되었을때 민족적 아이텐티티가 있는 책걸이 음식으로 우리술을 만들줄 알게 하려는 때문이었다. 취미와 멋이었다. 허나 술을 만들면서, 술 공부를 하면서, 내가 가슴 뭉클하게 술의 쓰임을 깨달은 것은 제사술로서의 쓰임이었다. 햅쌀로 술을 만들어 할아버지 산소에서 술을 부었을때 은은히 풍기던 그 향이 내내 잊혀지지 않는다. 이후로 우리집 차례술은 내가 만들고 있다.

자가양조는 우리집 제사술, 차례술, 절기술, 잔치술로써의 쓰임이 있을때 술의 품격이 드러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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