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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술 Dec 17. 2020

우리술과 안주

우리술에 어울리는 안주 찾기


술과 안주는 크게 두 가지 어울림과 한 가지  멋대로 안주가 있다.

하나는
술에 어울리는 안주이다. 술의 맛을 음미하기 위해, 술의 맛을 돋구는 안주이다. 술이 가지고 있지 않은 맛과 향을 보태는 안주로 맛과 향을 풍부하게 하는 술과 안주가 있는가 하면, 술이 가지고 있기는 하나 그 맛이나 향이 약해서 맛과 향을 더 보태는 안주가 있다. 우리술에 부족한 크리미한 맛, 과일향, 스파이시한 향, 스모키한 향을 보태는 안주로 구절판 안주가 술에 어울리는 안주로 좋다.

하나는
안주 또는 요리에 어울리는 술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식전주, 식중주, 식후주가 있다.

식전주는 식사 전에 마시는 술로 식욕을 자극하기 위해 식사 전에 제공되는 술이다.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식전주라는 단어는 라틴어로 '열다'를 의미하는 동사aperire에서 유래했다. 식전주로 알맞은 술들은 대부분 달지 않고 드라이한 술이다. 식전에 마시기 때문에 알코올 도수가 높지 않아 미각을 둔하게 하지 않는 게 좋고, 식욕을 돋우기 좋게 산미가 있는 술이 적당하다. 우리술 중에 산미가 있는 약주의 대부분이 식전주로 적당하다. 서촌주막의 알콜 9% 막걸리는 산도가 4.6 내외인데다 깔끔하고 부드러워서 식전주로는 거의 독보적인 막걸리이다. 알콜도수가 6% 정도로 낮으면 식전주로 금상첨화일 것이다.

식중주는 식사 중 또는 식사외에 통상적으로 마시는 술로 요리의 맛을 돋우기 위해 드라이한 것이 좋다. 우리술 중에는 알콜 25% 내외의 세미 드라이 증류주나 스파클링 막걸리가 식중주로 적당하다. 증류소주로는 겨울 25%, 독산 30%가, 스파클링 막걸리로는 얼떨결에-민트, 동해명주의 동동주, 도구막걸리, 연오랑, 세오녀, 병영양조장의 크리미하고 부드러운 만월, 제주샘주의 니모메 등이  식중주로 적당하다.

식후주는 정찬이 모두 끝난 뒤에 마시는 술이다. ‘다이제스트Digest’, 즉 소화를 돕는다는 뜻처럼 식사 후에 소화를 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제공되는 술이다.  식후주는 달콤하고 알코올 도수가 높아 미각을 둔감하게 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술이다. 비터즈(bitters), 즉 쓴맛을 배합한 술일 경우에는 쓴 맛이 나거나 허브를 첨가해 소화를 돕는 술이다. 우리술 중에  알콜 40% 이상의 드라이한 증류소주나 삼양주 이상의 달콤한 약주가 식후주로 적당하다. 증류소주로는 병영소주, 감홍로, 죽력고가, 달콤한 약주로는 칠양주인 황금주가 식후주로 적당하다.

하나는 
멋대로 안주이다. 멋대로 안주란 술안주로 피해야할 안주라고 할 수 있다.

매운안주는 혀의 미각을 마비시켜 어떤 술과도 상극인 안주이다. 우리술 중에 한산소곡주는 고추를 넣어 만드는 술인데 술의 미세한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스파이시한 맛이 올라오는 한산소곡주 정도의 매운 맛을 넘어가는 매운안주는 절대로 피해야 한다. 오죽하면 두부김치이겠는가. 김치의 강한 맛을 두부로 중화하는 요리인 두부김치에 술은 두부와 마찬가지로 강한 맛의 김치를 중화하는 용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과일안주는 술 맛과 향을 과일로 눌러 술의 맛과 향을 알 수 없게 한다. 모름지기 과일이 술 안주로 쓰이려면 아주 잘익어 농후하게 숙성된 단맛과 향이어서 술의 맛과 향을 누르지 않고 어우러지거나 보태는 상태이어야 한다. 따라서 과일의 강한 맛을 순화시켜 놓은 우리나라 구절판은 아주 좋은 과일안주라고 할 수 있다. 허나 구절판처럼 과일의 맛을 순화시킨 것이 아니라 잘익은 과일안주라면 단맛, 신맛이 과일의 단맛, 신맛보다 더 달고 신 술이어야 한다. 우리술 중에 산도가 4.6 이상인 서촌주막 막걸리나 칠양주로 단맛이 강한 큰마을 양조장의 봄날과 황금주 정도가 잘 익은 과일안주와도 술의 맛이 눌리지 않는 술이다.

치즈는 과일보다  더 맛과 향이 강렬해서 역시 술의 맛과 향을 무색하게 한다. 우리술 중에 섬세한 맛을 즐겨야 하는 약주는 반드시 피해야할 안주가 치즈이다. 치즈의 맛과 향이 강할수록 우리술은 가볍고 섬세하지 않은 드라이한 증류주나 약주, 막걸리가 적당하다. 즉 이 경우는 치즈의 강한 맛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술의 강하고 드라이한 맛, 텁텁한 맛은 어떤 치즈의 강한 맛에도 눌리지 않기 때문이다.

선주후면(先酒後麵)은 평양사람들의 접대방식으로 감홍로를 마시고 난 다음 메일국수를 먹는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옛어른들이 술을 먼저 즐긴 후에 면을 즐기라고 한 그대로이다. 면을 먼저 즐기면 면수를 마시게 되어 국물있는 면을 안주로 술을 마시면 술이 물인지, 물이 술인지 알 수 없게 된다.  즉 국물 많은 면을 안주로 술을 마시는 것은 무의미 하다. 다만 선주후면일 경우 술은 산성, 메밀은 알카리성이여서 이 둘의 궁합은 환상이라 할 수 있다.

즉,
우리술에 어울리는 안주란? 술을 즐길 것이냐, 요리를 즐길 것이냐? 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술을 즐기기 보다는 술이 사람을 마시고, 사람이 술을 마시자고 덤벼드는 경우라면 어울리는 안주도 술도 무색하다. 술, 이제 그 아름다운 맛과 향도 즐겨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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