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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술 Dec 24. 2020

막걸리, 거친 일상의 벗

국립민속박물관 온라인 특별전 유감

국립민속박물관은 2020년 12월 24일부터 특별전 《막걸리, 거친 일상의 벗》(온라인 전시)를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makgeolli.nfm.go.kr)을 통해 공개한다. 이 전시는 가상 전시장에 구현하는 온라인 전시로, 국립민속박물관이 기획 단계부터 온라인 전시를 염두에 두고 진행한 실험적 결과물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온라인 특별전 첫번째 테마가 막걸리이다. 헌데 실험적이어서 이렇게 가볍게? 글은 인과관계가 없이 늘어진 수준이고, 정리(정의?)는 도대체 누구의 생각인지 근거없는 정리 투성이다. 몇 가지를 지적할 것이 아니라 전체가 엉망진창이어서 ... 사진은 포스터를 예로, 글은 막걸리를 정의해 놓은 첫 단락을 예로 살펴본다.


3종 포스터에는 막걸리를 담는 양은 주전자, 옹기주병, 플라스틱통을 콜라주했다. 막걸리의 가치를 저급한 것으로 상징해 놓은 꼴이다. 부끄러움으로 후다닥 지나쳐 버리고 싶다. 이미 타이틀에서 “거친 일상” 이라는 표현으로 마치 뒷골목, 시정잡배, 깡패, 가난, 싸구려, 바닥을 연상시키는 글의 표현과 상징, 콜라보가 마땅치 않다. 뿐만아니라 두번째 옹기주병 오른쪽 아랫 부분의 밀가루 포대 콜라주에 적힌 글은 “미국 국민이 기증한 밀로 제분 ... 밀가루”라는 글귀이다. 이 글귀를 보는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수치심을 갖게 하는 이런 기억을 소환하는 포스터라니. 도대체 왜? 이런 컨셉으로 막걸리를 정리했을까? 누가? 왜?

이 글은 막걸리를 정의한 글이다.  이 글의 정의가 이 전시 전체를 규정하고 이끄는 셈이다.  “막걸리란 ‘막(급히) 걸러진 술’이란 뜻입니다. 막걸리는 만드는 방법이 간단하지만, 다른 술에 비해 제조 시간도 적게 걸립니다. 따라서 막걸리란 이름에 이 술의 여러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고 하겠습니다. 빨리 만들어진 술이니 값이 저렴하고,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마실 수 있기에 서민의 술이 되었습니다. 값싼 술이지만 오랫동안 사람들이 마시다 보니, 막걸리에는 다양한 의미와 함께 깊은 역사가 담겼습니다. 그래서 막걸리는 오랜 역사를 가진 다양한 상식의 보고(寶庫)입니다. “

언제부터? 왜? “막걸리가 급히 걸러진 술”이 되었을까?  언제부터? 어떻게? “막걸리는 만드는 방법이 간단”한 술이 되었을까? 게다가 “제조 시간도 적게(?) 걸리는” 이상한 술이 되었을까? 그리고 이 세 가지 이유로 “막걸리란 이름에 의미가 함축되었다” 는 뜬금없는 비약에 글은 길을 잃었다. 비약은 다음 문장에서 “빨리 만들어진 술” 이어서 “값이 저렴하고” ,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어서” “서민의 술”이 되었다는 근거도 없는 인과관계의 사슬로 치닫는다. 그 결과 “값싼 술”을 “오랫동안 마셔”서 막걸리에 “다양한 의미와 함께 깊은 역사가 담겼다”는 억지 결론을 도출한다. 근거도, 인과관계도, 논리도 없어서였을까? “그래서 막걸리는 오랜 역사를 가진 다양한 상식의 보고(寶庫)”라는 거창한 글로 눙친다.


막걸리를 만드는 양조인들 어느 누구 한 사람도 수긍할 수 없는 정리다. 막걸리는 미생물 발효로 얻어지는 결과물이다. 식품화학자가 아니어도 발효의 어려움은 알리라. 영어로 번역해 놓은 이유는 영어권 사람들에게 홍보할 목적이 있어서일 것이다. 특히  “미국 국민이 기증한 밀로 제분 ... 밀가루” 를  포스터에 콜라주한 것으로 보아 미국인들이 볼 것을 염두에 둔 것이리라. 미국인들은 물론 맥주나 와인 등의 발효술을 만드는 영어권 사람들이 위의 영문을 읽고 무슨 생각을 할 지 눈앞이 깜깜하다.


무엇이 그리 급했을까? 이 전시를 기획한 담당자는 필시 막걸리 나아가 근대 한국 생활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틀림없다. 몇 년 전 BBC에서 우스꽝스럽게 밥하는 영상을 공개한 것이 아시아 밥 문화권 사람들의 공분을 산 적이 있었는데 윗 글이 그와마찬가지이다.


쌀을 씻어서 밥을 지어 불리고” 라는 표현은 우쓰꽝스럽기짝이없다. 아마도 “쌀을 씻어서 불린 후 (고두)밥을 지어” 정도의 과정을 두서없이 짜집기한 경우이겠다. 술 만드는 기본 과정조차도 모르는 큐레이터의 실수는 실수라고 하기엔 너무 치명적인 실수이다. 이런 이상한 표현들은 전체에 널널하다.


https://youtu.be/KpKPueBqFWc

영국 BBC의 요리 코너 중 계란볶음밥 레시피를 알려주는 요리 영상이다. 이 영상이 아시아인들의 공분을 사게 된 이유는 이상한 밥하기 과정때문이었다. 요리사는 한 컵의 쌀과 물 두 컵을 냄비에 부어, 끓이고, 뜸 들인 후 밥을 체에 모두 넣고 수돗물로 씻어내라고 했기때문이다. BBC가 밥 문화를 몰랐다기 보다, 이상한 밥하기로 아시아인을 모욕했다는 공분이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시종일관 오류 투성이이다.


먼저, 잘 씻은 쌀을 물에 불린 다음 채반을 이용해 물기를 제거하고 물과 누룩 등을 넣고 잘 섞어서 2시간가량 불립니다.


씻은 쌀을 불려서 물기를 제거한 후 물과 누룩을 넣고 2시간 불린다는 설명은 괴이하다. 보편적인 술 만들기 과정이라면 씻은 쌀을 3시간 물에 불린 후 물기를 제거한다. 불려서 물 뺀 쌩쌀에 물과 누룩을 섞어 2시간 다시 불리는 술 만들기는 우리술 만드는 과정 어디에도 있을 수 없는 과정이다.

불려진 쌀과 누룩 등은 물기를 먼저 제거합니다. 쌀은 찜솥으로 쪄서 막걸리의 재료인 고두밥을 만듭니다. 만들어진 고두밥은 넓게 펼쳐서 충분히 식혀 줍니다.


불린 쌀과 누룩 물기를 제거한다? 고두밥을 찐다?


역시 코디네이터의 무지로 인한 대형 참사다. 일반적인 술 만들기 과정은 이렇다.

1. 쌀을 씻는다.

2. 쌀을 3시간 불리고, 1시간 물 뺀다.

3. 쌀을 40분 찌고, 20분 뜸들여 고두밥을 만든다.

4. 고두밥을  식힌다.

5. 고두밥, 누룩, 물을 섞어서 발효조에 넣는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정리대로라면

1. 쌀 씻어 물 뺀다.

2. 쌀, 물, 누룩을 섞어 2시간 불린다.

3. 2의 불려진 쌀과 누룩을 물 뺀다.

4. 3의 쌀과 누룩을 찐다.

엉망진창이라는 표현은 이런 경우에 적절한 표현이다. 너무 이상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수정해야할 지 모르겠다. 다 폐기하고 다시 정리해야 할 수준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정리를 읽으면서 왜? 부끄러움은 독자의 몫인걸까?  이 전시는 빨리 내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직접적으로는 막걸리 제조를 허드렛 일로 취급하고 있고, 더불어  양조인들을  무지한 사람들로 취급한 내용이 중구난방, 지천이다.

정리의 빈약하고, 근거없는 나열과 정독을 방해하는 전개에 섹션을 빠르게 넘기던 중 익숙한 사진을 발견했다. 내가 장석현 도예가 선생님과 콜라보해서 제작한 옹기 막걸리잔에 부의주(일명 동동주)를 따라 놓고 찍은 사진과 너무나 닮은 사진이 보였다.  너무 똑같아서 혹시나, 설마하면서 사진을 캡처한 후 구글 이미지 검색을 했다. 내 사진이다.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makgeolli.nfm.go.kr) 온라인 전시에 수록된 사진]


[내 브런치 “하얀술 부의주”에 게시된 부의주 사진]


[내 브런치 “하얀술 부의주” 원문]

https://brunch.co.kr/@paxcom/261


글의 비약에만 당황스러운 것이 아니다. 국립민속박물관 홈페이지에는 저작권을 명시해 놓은 페이지가 있다. 그리고 위 전시에 사용한 사진은 내 사진임이 틀림없다.




국립민속박물관의 “막걸리, 거친일상의 벗”은 틀렸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막걸리를 사례로 들어 한국 근대 일상문화를 거칠게 왜곡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을  외면하기에 우리는 너무 국립민속박물관의 영향을 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막걸리, 거친일상의 벗” 이라는 이상한 전시를 내려야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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