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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술 Jun 02. 2021

집밥하기 #3

김포 고시히카리



고시히카리(越光, コシヒカリ)는 1944년 일본 니가타현의 농사시험장에서 개발을 시작하여 1953년 후쿠이현의 농사시험장에서 농림 1호와 22호가 결합되어 개발이 완료되었다. 그 후 1956년 고시히카리(コシヒカリ)라는 이름이 붙여져 니가타현과 지바현에서 장려품종이 되었고,  농림수산성에는 ‘농림 100호’로 등록되었다.


이름의 유래는 니가타현 농업시험장 연구원이 밥을 지었을 때 희고 광택이 우수하며 도정 특성과 우수한 밥 맛으로 '니가타현에 자리했던 고대  에치고(越後) 나라가 빛나다'라는 의미를 담아 지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경기미 품질향상을 위해 경기도에서, 그중에서도 특히 김포시에 도입하여 국립종자원에 품종등록을 한 일본 품종이다. 2002년부터 재배에 성공하였고, 국립종자원에 품종 등록이 되어 있기에 대한민국 어느 지역에서나 재배는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보급종은 국립종자원의 각도 지원 별로 도민의 희망품종을 신청받아 종자를 생산하여 자기 도에 먼저 공급하고 현재 국립종자원 경기도지원에서만 생산하기에 경기도 지역에 우선으로 공급한다. 따라서 종자수가 늘어나 국립종자원 경기도지원의 공급이 경기도 내의 수요를 넘어서게 된다면 다른 도에서도 재배할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다.


원래 비싼 품종이 아닌데 수요보다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서 가격이 비싸다. 히토메보레의 경우 경작 난이도가 높다는 점에서 충분히 비쌀 이유가 존재하는데, 고시히카리는 얼마든지 가격을 낮출 수 있으나 상기한 이유 때문에 비싸다.


다른 품종에 비해 키가 커서 줄기가 쉽게 부러질 수가 있고 도열병에 약하다는 결점이 있지만 일본의 전 벼농사 중 1/3이 이 고시히카리를 재배하고 있으며 니가타현 우오누마 지역의 고시히카리를 최고로 꼽는다. 이는 해당 품종에 가장 적합한 자연환경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같은 고시히카리라고 해도 일본은 홋가이도와 오키나와를 제외한 거의 전국에서 재배되고 있는데 북부지역은 부드러우면서 찰기가 강하고 재배지가 남부 지역으로 내려감에 따라 찰기가 조금씩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일본에서 최고의 쌀을 재배한다는 자부심이 강한 우오누마 지역은 더 좋은 품질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보관 시설이나 조건이 더 까다롭다.


대표적으로 같은 우오누마 지역의 쌀이지만 농가별로 단백질 함량을 세분화하여 다시 등급을 정해 따로 보관한다. 이는 비료의 시비 방법에 따라 단백질 함량이 조금씩 달라지며, 쌀의 맛은 단백질 함량이 낮을수록 맛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창고의 보관 온도는 5, 습도는 70%로 1년 내내 햅쌀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보관한다. 이 창고는 겨울철에는 눈을 냉매로 활용한 눈 냉방 시스템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70% 이상 줄이면서도 항상 위 조건으로 보관이 가능하다고 한다. 우오누마 시의 쌀은 현재 일본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품질 향상에 더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한일무역분쟁으로 인해 2019년 일본 상품 불매운동의 여파도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에 정부에서는 2023년에 추청과 더불어 고시히카리 품종의 보급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한다. 50년대 품종이기 때문에 품종 보호권이 사라졌으므로 일본에 로열티는 더 이상 내지 않아도 되지만, 50년대 품종이라는 것은 뒤집어 말해 구시대 품종이라는 뜻으로, 강풍에 잘 쓰러지고, 병해충 저항성에도 약하다는 문제가 제기되어 재배하기 좋은 국산 품종으로 대체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일본산 품종을 국산 품종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은 2010년대부터 들어 꾸준히 있었기 때문에 품종의 국산화를 단순히 외산 쌀을 못 기르게 하는 것은 아니며, 전 시대에 비해 더 나은 생산성과 품질의 품종을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해 나가려는 것이다.


하지만 고시히카리를 개발한 일본도 전체 쌀 생산량의 1/3정도를 고시히카리가 차지한다는 점과 국내에서도 선호도가 높은 편이기에, 고시히카리가 국내에서 퇴출되어야 할 정도로 시대에 뒤떨어진 품종이라 단언할 수는 없다. 또한 추청(아키바레)과 함께 경기도 지방에서는 일본품종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산품종의 시장점유율을 넓히는게 아니라 그냥 생산을 감소시켜 퇴출시키는 방안이라 문제인 것이다. 똑같은 구시대 품종인 팔삭처럼 자연스럽게 퇴출되거나 한라봉처럼 오래되더라도 꾸준히 팔리는 품종이 많다는 걸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집밥하기는 이전의 미식테스트용 준비와는 사뭇 다르다.


미식테스트용은 시료 600g(4인분), 쌀 수분함량을 측정하고 그에따라 가수량을 정해서 취반했다면 집밥하기는 시료 1컵(품종에 따라 150-155g), 가수량도 계량컵을 사용했다. 부피 측정에 가깝다. 물론 수분함량의 오차가 13,8 - 15,3% 까지 큰 차이를 보이는 현실에 계량컵 측정이 난감하기는 했으나 집밥 가이드의 보편, 표준을 위해 수분함량의 큰 차이는 과감하게 염두에 두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품종과 무관하게 수분함량 차이가 많지 않은 표준 영역대의 쌀을 구매하고 싶다)


시료로 사용한 김포 고시히카리는 특등급, 단백질 함량 상으로 국내 최고의 품질이다. 헌데 포장지 창으로 보이는 쌀 상태는 불투명한 흰색의 심백과 변백, 분할미가 많아서 품질 표시, 품질 관리를 신뢰할 수 없었다.


발뮤다 더고항은 내솥이 두 개이다. 중탕용 내솥과 취반용 내솥으로 이루어져 있다. 더고항은 3인용 밥솥이라 1인분, 2인분에 적당하다. 중탕용 내솥에는 가수량 200cc 눈금이 표기되어 있다. 물론 계량컵도 있다. 취반용 내솥에는 백미일때, 현미일때 1,2,3인용 불린쌀 또는 무세미(일본은 무세미 추세이고 더고항의 구매자들은 대부분 무세미 사용자들이다)일때의 쌀+가수량을 감안한 눈금이 표시되어 있다. 더고항 사용자 편의 중심 서비스가 최적이다.


버미큘라 라이스팟은 3인용, 6인용 두 종류이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라이스팟은 발뮤다와의 비교를 목적해서 3인용을 사용하고 있다. 내솥에 눈금은 없다. 쌀과 가수량을 정할 수 있는 친절한 눈금 계량컵이 있다. 더고항에 비해 소비자의 집중과 계량을 요구한다. 문학으로 치면 발뮤다는 모든 정황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소설, 버미큘라는 은유의 해석을 요구하는 시같다. 버미큘라는 소비자의 지성을 요구한다. 소비자의 적극적인 밥짓기 참여를 요구하는 버미큘라 시스템을 나는 즐기고 있는 편이다.


버미큘라 라이스팟이 시적이라고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버미큘라는 다양한 덮밥용 레서피를 제공하고 있다. 먹을 수 있는 모든 식재료는 버미큘라에서 다양한 덮밥으로 구현된다. 같은 품종의 쌀이어도 버미큘라의 통통함, 씹는 맛의 구현은 덮밥, 비빔밥에서도 그 특성이 잘 드러난다. 주부들은 버미큘라 덮밥을 창작하는 시인이 된다. 할머니가 가마솥에 넣어 해 주시던 계란찜, 감자, 옥수수가 오버랩된다. 추억을 소환하는 버미큘라 밥하기가 아닐 수 없다. 품종별 집밥하기를 마치면 덮밥을 해볼 생각이다.


같은 조건으로 밥했다. 촉촉하고, 윤기있기는 발뮤다>버미큘라이다.


국내 유통되는 쌀의 표준 이상이다. 전체적으로 찰기를 감싸고 있는 부드러움이 씹는 맛을 즐기게 한다. 흰쌀밥용으로 적격이다. 고시히카리는 자체의 밥맛이 진한 편(햅쌀부터 2월까지는)이라  밥 자체의 맛을 즐기려는 사람을 위한 쌀이다. 맛이 진한 반찬, 다시 말해 김치, 고기요리 및 진한 양념 간을 한 반찬 등의 음식과 잘 어울린다. 찰기가 너무 강하기에 덮밥, 볶음밥, 김밥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밥 짓는 방법을 달리 하고 햅쌀이 아닌 묵은 쌀을 이용한다면 덮밥 혹은 김밥에도 사용 가능하다. 허나 볶음밥은 찰기 때문에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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