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넛밀크를 넣고 쪄낸 밥 + 반찬
말레이시아 사람들의 나시레막은 Oily or Fatty rice, Rich and Creamy 하다.
코코넛밀크로 밥을 지어 일반 밥보다 지방 함량이 높다. 이수부 쉐프가 만든 닭가슴살을 곁들여 플레인하게 맛보기 위해 발뮤다 더고항에 나시레막을 했다. 원래 나시레막은 인디카 쌀을 코코넛밀크로 찐밥이다. 발뮤다 더고항은 나시레막하기에 최적이다.
군산쌀 십리향 쌀 계량컵 1컵(150g 내외)에 정량의 물과 코코넛믹스 1봉지를 넣고 발뮤다 더 고항에서 밥을 했다. 연한 회색의 나시레막이 완성되었다. 밥하는 동안 코코넛 향+십리향 향이 강하다. 두 재료가 내뿜는 향이 강하긴 하나 거칠지 않고 부드럽다.
연한 회색으로 완성된 밥은 낮설다. 재빨리 휘저어 준다. 까실하고, 거친 십리향이 부드럽다. 코코넛 풍미로 감싼 밥은 간이 되어 맛있다. 간은 좋으나 밥만 계속 먹기에는 부담스럽다. 익숙하지 않은 느끼함이 부담스럽다. 헤비한 밥이다.
렌당을 올려 맛을 본다. 달콤, 매콤, 깔끔하다. 코코넛밀크 밥의 부담스러운 느끼함이 사라진다. 헤비한 밥이 캐주얼한 맛의 밥이 되었다.
이수부 쉐프의 닭가슴살을 한쪽 올려 맛을 본다. (아깝다. 이수부 쉐프의 닭가슴살의 풍미를 렌당에 빠뜨리다니. 이수부 쉐프의 닭가슴살은 담백한 야채랑 먹어야겠다.) 렌당 소스를 곁들인 코코넛밀크 밥에 이수부 쉐프의 닭가슴살은 근사한 요리다. 오이, 토마토를 곁들이면 아삭한 식감, 청량한 식감이 보태져서 좋지 싶다.
아무 것도 보태지 않은 플레인 나시레막은 캠핑 요리로 간편, 근사하겠다. 맥주나 샴페인을 곁들여도 좋겠다.
플레인한 나시레막을 맛보았으니 다음에는 반찬을 곁들여서 맛봐야겠다.
자포니카 쌀과 인디카 쌀
오래 전 태국의 쟈스민 쌀을 선물 받은 적이 있다. 반드시 자스민 쌀로 밥을 해서 카레밥으로 드셔보시라는 권유와 함께. 권유대로 쟈스민 쌀로 밥을 해서 카레를 올렸다. 식감이 다르고 카레의 맛을 담담하게 구현하는 깔끔한 쌀-밥맛이 그 후 오래 기억에 남았다. 쟈스민 쌀은 인티카 쌀이다. 우리의 주식인 밥용 쌀은 자포니카 쌀이다.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쌀 비중을 보면 자포니카 쌀은 10%, 인디카 쌀은 90% 남짓 된다. 한국, 일본, 중국 일부 지방에서 자포니카 쌀을 먹고, 그 외 나머지 지역에선 대부분 인디카 쌀을 먹는다. 자포니카 쌀은 짧고 통통하며 찰기가 많고 윤기가 흐르는 쌀 종류다. 인디카 쌀은 길고 홀쭉하며 찰기가 적은 것이 특징이다.
쌀 찰기는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이라는 성분 비율로 결정된다. 두 성분 중 아밀로펙틴 함량이 높을수록 찰기가 많아진다. 찹쌀은 아밀로펙틴 함량이 100%에 가깝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쌀은 그 함량이 80~85%, 자포니카 쌀은 70~80%다. 우리가 먹는 쌀보다 인디카 쌀 찰기가 덜한 이유는 아밀로펙틴 함량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은 몸속에서 소화되는 시간에도 차이가 나는데, 아밀로스 함량이 높을수록 소화가 빨리 된다. 동남아에서 밥을 먹으면 배가 쉽게 꺼진다고 느끼는 이유가 상대적으로 높은 아밀로스 함량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인디카 쌀을 안남미(安南米)라고 한다. 안남은 중국 당 태종 때 안남도호부가 설치된 베트남 중부 지역 이름이다. 1900년대 일제의 수탈과 가뭄으로 쌀이 부족하고 가격이 폭등하자, 1903년 이용익 선생이 베트남 안남 지역에서 쌀을 수입한 것이 계기가 돼 인디카 쌀을 안남미라고 칭했다.
매년 전세계 50여 개국에서 쌀 5억여톤이 생산된다. 그중 중국이 1억4천만여톤(2019년 기준)으로 1위, 인도가 1억1천만여톤으로 2위다. 넓은 국토와 많은 인구의 중국과 인도가 전세계 쌀 생산량의 50%를 차지한다. 주요 쌀 수출국인 베트남은 5위, 태국은 6위, 캄보디아는 13위 쌀 생산국이다. 쌀을 가장 적게 생산하는 국가는 소말리아와 브루나이로 각 1천톤을 생산한다. 매년 370만여톤을 생산하는 한국은 16위 규모다.
쌀을 수출입하는 40여 개국이 참가해, 매년 세계 최고의 쌀을 가리는 대회(World Best Rice Contest)가 열린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수상 내용(공동 수상 포함)을 살펴보면, 미얀마 포산 라이스와 베트남 ST25 라이스가 각 1회, 미국 칼로스 라이스가 2회, 태국 재스민(홈말리) 라이스가 4회, 캄보디아 재스민 라이스가 4회 수상했다. 이렇듯 수차례 세계 최고의 쌀로 선정된 캄보디아 쌀은 인디카 쌀 중에서도 고급 쌀로 꼽힌다.
누룽지 향과 팝콘 향
캄보디아의 재스민 라이스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향기가 나는 쌀이다. 타이에서 재배된 홈말리 라이스가 그 원조다. 현재 재스민 라이스는 주로 타이,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 등에서 재배된다. 또 다른 인디카 쌀인 바스마티 라이스는 주로 인도 요리에 쓰인다. 길고 찰기가 가장 적어 인도 커리에 어울린다. 손으로 먹기에 적합하다. 재스민 라이스는 바스마티 라이스보다는 덜 길지만 찰기가 있어 다양한 요리에 어울린다. 이에 고급 쌀로 인식되면서 전세계에 수출되고 있다.
재스민 라이스 향기를 내는 성분은 2-acetyl-1-pyrroline이다. 어떤 사람은 이 향기를 누룽지 향, 어떤 사람은 팝콘 향으로 느끼기도 한다. 최근 일본에서 개발한 품종인 밀키퀸 종자는 자포니카 쌀에 향을 첨가한 종자이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팝콘 향 쌀, 누룽지 향 쌀과 같은 향 쌀이 재배, 유통되고 있다.
요리가 다르면 어울리는 쌀도 달라야 한다. 내가 밥용 쌀, 요리용 쌀이라고 구분하는 것의 대부분은 자포니카 쌀과 인디카 쌀을 구분하는 것이기도 하다. 자포니카 쌀은 대부분 밥용 싸로서의 기능에 집중한다. 반면 인키카 쌀은 쌀을 주재료로 하는 조리용 밥(리조또, 나시레막, 빠에야 등)에 집중한다. 인디카 쌀은 딱딱하다. 마치 이태리 파스타의 알텐데처럼 쌀 요리를 즐기는 이태리 리조또는 딱딱한 인디카 쌀을 선호한다. 우리나라 약식에는 견과류, 콩류가 추가되는 밥이다. 해서 멥쌀이 아니 찹쌀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음식은 문화이고 자국의 식재료에 따라,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다. 쌀 문화 국가마다 자국만의 쌀 요리가 있다. 찰기가 있는 인디카 쌀을 양념을 해서(대개 코코넛밀크) 바나나 잎에 싸서 찌는 밥은 동남아에 흔하다.
자포니카 쌀은 흰쌀밥이 주라 밥할 때 뭔가 첨가하는 것은 흰쌀밥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러 음식점에서 노란 좁쌀을 넣거나 까만 쌀을 넣어 밥을 하는 것은 좋지 않은 쌀의 향이나 색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디카 쌀은 그 자체로 흰쌀밥을 하지 않는다. 거칠고 딱딱하고 맛이 무미하기 때문이다. 해서 인디카 쌀은 고기, 해산물, 야채, 과일, 소스, 코코넛 같은 향, 맛, 지방을 첨가해서 밥을 부드럽게 하고, 맛을 보탠다. 리조또나 빠에야. 나시레막 등을 연상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